노무현의 '정치혁명' 시나리오 종착역 '총선 쿠데타'
이중장부와 2000년 총선자금 한판 대결…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11억 수수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벌집을 쑤신 듯 한바탕 소동이 이어진 후, 그 여파는 한나라당으로 이어졌다.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1백억을 수수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으며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물론 대선 당시 자금을 관리했던 중진급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시 ‘대선자금 이중장부 의혹’이라는 열린우리당에게로 건네진 ‘비리 바통’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물론 검찰의 수사 시기도 지난 대선에서 2000년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후 주기적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3당을 오가며 널뛰기를 하고 있을 때 비리정국의 최종 도착지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 압축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 ‘결국 SK비자금의 실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겨냥한 총선 노림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비자금은 구정치인을 몰락시키기 위한 도화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SK비자금 정치권 유입 사건의 큰 줄기는 대략 세 가지다. 발단은 SK그룹이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여야 정치인 10여명에게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씩 모두 수 십억 원 가량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전개는 이 돈과 별개로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구 여권의 현역 중진의원 1명과 구 여권 고위인사인 전직 의원 1명에게 각각 20억 원씩, 그리고 야당 중진의원에게도 30억원 등 모두 70억원 안팎의 거액이 특정 거물급 정치인에게 건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SK그룹이 작년 대선 직전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선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1백 수 십억 원을 제공했고 이 중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마지막 결말이다.
한편 지난 달 10일을 전후에 검찰 주변에선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11억 수수를 비롯해 SK비자금과 관련된 모든 의혹이 불거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언론에 첫 공개된 것은 마지막 결말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SK비자금과 관련 대선 후원금이 먼저 논란거리로 제공되었는가. 이를 추적해 보면 이 사건이 품고 있는 노림수에 접근하게 된다.
반전에 반전, 숨막히는 ‘SK비자금’ 접전
최 전 비서관의 SK비자금 11억 수수로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은 청와대는 ‘재신임’에 이은 ‘정치적 타협’의 카드를 내밀었고, 최돈웅 의원의 1백억 수수로 마찬가지 입장에 놓인 한나라당은 ‘특검’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론의 역공에 특검 공세를 다소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피의자가 직접 수사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속셈이라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특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김경재 의원이 대선자금 이중장부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오갔으며 결국 열린우리당은 의혹 해명에 진땀을 빼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열린우리당은 SK비자금은 물론 불법 정치자금이 2000년 총선을 전후에 민주당으로 흘러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국은 또 한번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SK비자금과 관련, 특히 2000년 총선 자금은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서 10월의 SK비자금 폭풍은 정치권 전체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0년 총선 자금과 관련, 또 다른 SK비자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건네졌다는 점에서 SK비자금이 몰고 온 폭풍은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SK비자금 수사의 최종 종착지가 ‘2000년 총선’이라는 것과 이후 줄줄이 터질 또 다른 비자금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검찰 주변의 떠도는 소문을 감안하면, SK비자금이 몰고 온 파장은 총선 정국까지 내리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즉 ‘최도술 11억 수수-최돈웅 1백억 원 수수-이상수 대선자금 이중장부’로 이어지면서 청와대-한나라당-열린우리당이 모두 돌아가며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결국 SK비자금 수사는 2000년 총선 자금 수사에 도달하게 돼있고 ‘불법 정치자금 근절’ 여론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연루 정치인으로 압축된다는 얘기다.
검찰의 두 가지 방향타는 민주·한나라당
따라서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그중 일부가 사법 처리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둔 정국의 불투명성이 그만큼 가중될 것이며 총선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겠다는 게 SK비자금이 품고 있는 ‘노림수’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관측이다.
2000년 총선과 관련, 검찰의 수사는 두 가지 혐의 쪽으로 방향타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향해 수사망을 좁히는 것이다.
최근 검찰 주변에서 SK비자금 연루 의혹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정치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치명상을 가하는 것은 물론 한나라당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SK비자금 연루 의혹 정치인들은 H, H, L, S, H, P 등이며 이들은 여야를 막론, 거물급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우선 2000년 총선 당시 SK그룹은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개별적으로 모두 수 십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자금으로 돈을 받았으며,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더라도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이미 지난 만큼 사법 처리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0년 총선에서 구 여권 현역 중진의원과 구 여권 고위인사인 전직 의원에게 각각 20억 원씩 40억 원과 한나라당 중진의원 1명에게 30억 원 등 70억 원이 건네진 혐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폭탄이라는 것.
20억 원과 40억 원대의 돈을 받은 인사들이 이 돈을 당의 공식 경로를 거쳐 총선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계파 관리나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들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검찰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SK가 불법적으로 조성한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이들 중에는 단순한 정치자금이 아니라 대가성이 있는 자금을 받은 의원이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000년 총선 전이라면 당시 민주당은 동교동계를 포함한 구주류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상황이었으며 당시 선거자금을 담당하던 지도부 또한 구주류 핵심인사들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돈웅 1백억 수수에 대한 여론 집중관심 분산?
한나라당 역시 일부 중진들의 총선자금 연루가 검찰 수사 대상에 포착된 상태라는 점에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시 이회창 전 총재의 핵심 측근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던 터라 총선자금 관련 정치인의 소환조사와 사법처리 등으로 이어질 경우 현 중진급 의원들도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총선자금 수사 확대는 최돈웅 사건에 대한 여론의 집중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으며, 2000년 총선이라면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나라당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에게 건네진 현대비자금이 당시 일부 수도권 일부 의원들에게 대거 유입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며, 이들 중 상당수의 의원들이 열린우리당에 포진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총선 자금 수사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비자금 선례가 보여주듯 선거자금으로 사용된 용처보다는, 개인 축재와 계파 관리 쪽으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SK비자금은 총선 정국 ‘인위적 정계개편’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 총선 자금과 관련 열린우리당에서 대선과 함께 16대 총선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 이러한 주장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면 내년 총선은 엄청난 폭풍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이중장부 의혹,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선회
지난달 23일 열린우리당 김원기 창당준비위원장은 “검찰이 SK비자금 뿐 아니라 대선자금 전체와 2000년 총선에 즈음해 정치권에 흘러든 불법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전모를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2000년 총선 자금 수사 촉구에 불을 지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정치적 해석’의 자제를 요구했지만,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2000년 총선 자금으로의 공세는 최돈웅 의원은 1백억 수수로 인해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을 더욱 압박하는 동시에 총선자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당시 최 전 비서관의 11억 수수 의혹이 제기될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협공,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도덕성 결함’으로 여론몰이 할 때와는 상반된 입장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제기한 대선자금 이중장부 의혹에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특검 공조의 가능성을 개진하며 열린우리당을 향해 총 공세를 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바로 이어 열린우리당이 2000년 총선에 대한 자금으로 비리정국을 선회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선자금을 둘러싼 SK비자금 파문으로 3당이 물고 물리는 복잡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지만, 총선자금으로 비리정국이 급선회한다면 결국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중진급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권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2백억 수수 의혹과 더불어 3천만 달러 추가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과 맞물려 2000년 총선 당시의 자금으로 확산될 경우 민주당은 그야말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검찰총장도 아닌 김원기 의원이 뭣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려 드느냐”고 불쾌감을 표출한 예에서도 2000년 총선 자금 파장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또 다시 동교동계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으며 주로 호남이 지역구인 민주당 중진들이 집중적으로 검찰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SK비자금은 신당의 세 확대를 염두에 둔 억지 정계개편의 일환’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상수 총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현재 검찰이 대선·총선자금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만약 검찰이 철저히 조사하지 않는다면 후원금을 준 회사의 용서를 구하면서 내역을 공개한 뒤 엄정 수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해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구주류 핵심 소환 땐 호남 표심 결집 동력 상실
특히 연루 정치인들이 민주당이 주요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호남 표심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사법처리 등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경우 민주당은 호남 표심을 결집시킬 동력을 대부분 상실하게 된다.
한편 민주당이 호남 기반을 상실하면 신당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는 “SK비자금 사건은 이미 의도된 시나리오”라고 주장하며 “노무현 신당이 뜨면서 여러가지 정치적 염증을 유발시키기 위한 정개개편 카드”라고 강조했다.
즉, SK 비자금으로 인해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신당은 상대적으로 내세운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이 더 부각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검찰과 정치권에선 총선 겨냥 비자금 시나리오는 SK 뿐 아니라 내년 총선 전까지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매머드급 사건들이 계속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을 차례로 부각시켜 호남지역에서 신당이 배신자라는 평가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갈 공산이 크다는 것.
총선 구도를 대선 당시처럼 ‘친노와 반노’로 몰고 가려 한다는 얘기다. 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SK비자금 외에도 당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청와대의 기획 사건들이 몇 개 더 있다”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금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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