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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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19.금요일
'국민은 강팀이다' 게시판
전여옥님!
우선 한나라당 대변인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많은 활약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정당한 활동 부탁드린다는 말도 노파심에 드리겠습니다.
저는 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입 소문만 들어왔을 따름입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 티•‘에 나오신 걸 뵈었습니다. 그나마 뒷부분, 그 문제의 마지막 발언하실 때 잠깐 들었을 뿐입니다.
그 한마디를 가지고 님을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한 마디는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님이 유시민님께서 하신 말씀을 받아서 하신 그 미숙아 발언 말입니다. 그때 유시민님이 한 마디 하셨지요.
"그건 비열한 인용입니다."
님이 그 소리를 받아서 말씀하셨습니다.
"비열하다고 하는 근거가 뭐죠?"
그 뒷이야기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라고 생각됩니다. 주제넘은 이야기가 되겠지만 용서하고 들어 주십시오.
"아버지는 제게 친구와 같은 분입니다. 둘도 없이 친한 친구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치십시다.
거기다 대고 "친구니깐 말트구 지내라. 맞먹어라. 친구라며!" 이렇게 대꾸하는 게 비열한 인용입니다.
자고로 비유란 일치하는 부분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 할까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다" 이렇게 말하는 데 거기다 대고
"그럼 사람일에 간섭하지 말고 양들이나 치라 그래!"
이렇게 하는 게 비열한 인용입니다.
글 쓰고 말로 직업을 삼으신 분이니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셔도 알아 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님도 이미 다 알고 계시는 사실이라 믿습니다. 그냥 말 싸움에서 한 번 이겨 보겠다는 순간적인 치기에 실수로 하신 말씀이리라 믿습니다.
반드시 이기는 것이 목적일 때 토론은 말 장난으로 변질되고, 그곳에서 싸움은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들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는 님의 수사학에, 그럼 당신은 지금 한국 여성들을 전부 탈레반이나 알 카예다가 되라는 말이냐? 당신이 그럼 9.11의 배후 세력이냐? 이렇게 억지는 쓰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대변인 하시면 말이 많아지실 텐데, 님의 그 수려한 글재주에 버금가는 품위 있는 말씀들 기대 합니다.
저런, 글을 채 다 쓰기도 전에 님의 활약상이 전해져 오는군요.
"노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은 자살교사죄에 해당한다."
역시 님다운 수사법이십니다. 대단하십니다.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진심입니다.
님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촌철살인! 이 한마디면 님의 재기발랄함에 대한 충분한 찬사가 될 것 같습니다. 제 찬사가 부족했다면 용서하십시오.
하늘은 님에게 참으로 놀라운 재능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놈은 백만 번 다시 태어나도 그런 말을 못할 텐데 말이지요. 하늘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님이 솔직히 부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독하셨습니다. 대변인 자리가 누가 더 독한 말을 하느냐 시합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저는 좀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님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저 글 잘 쓰시는 분, 말씀 잘 하시는 분. 이 정도가 다입니다. 님이 결혼을 하셨는지, 자제 분은 있으신지 저는 모릅니다. 그리고 님의 사생활에 대해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위의 논평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님이 자식을 낳아 길러 본 분이라면 절대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구요. 참으로 독하십니다.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립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람에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해야 할 일이라면 하고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겠지요.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 이게 우리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이것만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머리 속이야 항상 자신의 통제 밖이니 무슨 생각인들 안 떠오르겠습니까.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이면 해서는 안 됩니다.
독한 말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그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로 남습니다. 님이 어머니의 마음을 아신다면 그렇게 독한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하지 않았어야 할 말입니다.
못 났어도 자식이기에 사랑하는 거랍니다. 그게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 미숙아 돌려주십시오.
30퍼센트는 덜어 낸 자궁이지만 70퍼센트의 자궁으로 우리가 마저 키우겠습니다. 제발 우리 덜 떨어진 자식 돌려주세요.
혹시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님만한 재치가 없어서 그런 말 안하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은 님만한 재주가 없어서 그런 말 안하고들 사는 줄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사람이기 때문에 안 하고 사는 겁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기에 그런 독한 말 참으며 안하고 사는 거랍니다.
제발 하늘이 주신 재주 옳게 쓰시기 바랍니다. 님에게는 그런 재주 있으시잖아요. 점잖게 이야기하면서도 할 말 다 할수 있는 재주 있으실텐데 왜 그러세요?
물론 이해 합니다. 대변인 됐으니 한 건 하셔야 겠다는 조급함도 있으셨겠지요.
사람 소리 좀 들려 주십시오. 최소한 인간의 탈이라도 썼으면 사람 소리만 하고 사는 게 우리 의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독하게 구는 게 님이 말씀하신 테러리스트의 모습인가요?
그렇다면 저는 차라리 이 땅의 여인들에게 테러리스트 말고 그냥 미련하고 멍청한 어머니가 되라고 당부하고 싶답니다.
"자살 교사죄"라구요? 저는 님이 분신타살, 투신타살 당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우리 4월 15일에 광화문에서 만나야 하잖아요. 안그래요?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이미 님이 한나라당 당원이 되셨으니 한나라당에 대한 말씀도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무지막지한 싸움 역시 레토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토스와 파토스의 수사를 님의 당에서 로고스의 수사로 고의적으로 왜곡시킨 결과입니다.
오래 전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되고 나서 신탁 반탁 운동이 있었습니다.
그때 반탁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구호가 있었습니다. 단순 명료했지요.
'신탁 통치 결사 반대'
여기서 '결사'가 무슨 의미인지는 설명 안 해도 잘 아실 겁니다. 죽을지언정 신탁통치는 못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결국 신탁 통치는 실시되었습니다. 그래도 결사반대를 외치던 분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에게 "니네 결사반대했음 죽어야지 왜 안 죽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에토스와 파토스의 수사학이었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더 들까요?
우리가 살면서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니 말이 사실이라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
그 말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아무도 손에 장 지지지 않습니다. 역시 에토스와 파토스의 수사학이니깐요.
거기다 대고 "장 지진다 그랬으니 장 지져라!" 주장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물론 재미 삼아 상대의 기를 꺽기 위해 한두 번 조를 수는 있겠지요.
그렇게 하다가 그냥 군밤 한대 때려주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면 될 일입니다.
님의 당에서는, 그리고 님이 활약 하시던 그 언론들에서는 이런 에토스와 파토스의 수사학을 로고스의 수사로 고의로 몰고 가며 "죽어라! 장을 지져라! 물러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두 번 그러는 거, 그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경솔한 말 장담을 경고하기 위해서죠.
그렇지만 장을 지질 때까지, 죽어 나자빠질 때까지 그러는 건 정도가 아닙니다. 그냥 군밤 한 대 때리고 말 일이지요.
물론 개인의 경우와 한 나라의 대통령의 경우는 달라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좀 '미숙아'라서 그렇습니다. 군밤 한 대로는 제 생각에도 너무 약할 것 같군요. 돌림빵으로 그냥 군밤 193대만 때리십시오. 그리고 넘어 가십시오.
그게 상식입니다.
압니다. 제가 주저리주저리 아는 척 하면서 쓴 내용. 님도, 그리고 님이 소속하신 그 당에서도 다 알고 있다는 거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님들이 밉습니다. 알면서도 그러시는 게 말이지요.
이만 해 주십시오. 국민들 맘 아시지 않습니까?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잠들도 제대로 못잡니다.
저보다 많이 아시고 똑똑하신 분들 앞에서 아는 척 한 것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대변인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앞날에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진심입니다.
그럼 4월 15일에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부디 살아계셔 주시기 바랍니다. 꼭이요!
실업자, 그러나 유권자 드림.
- 실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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