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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장이 말하는 참여정부 카드 실패記
[머니투데이 진상현기자]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이 17일 참여정부의 신용카드 문제 대처 과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카드사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한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막대한 희생을 통해 정착시키려 했던 적자 생존의 논리만 실종시켰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이날 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 분석패널이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 주제 발표문에서 참여
정부 출범 후 신용카드 정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정 총장은 먼저 참여정부가 신용카드 사태 처리과정에서 적자 생존의 원리를 부정함으로써 금융
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실책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가 2003년 3월 신용카드 위기가 처
음으로 표면화했을 때 경제 원리에 따라 부실화된 카드사를 과감하게 정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3년 4월3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 신용카드사 및 투신사 유동성 해소 관련"은
신용카스사의 자구노력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카드채 만기 연장을 골자로 하는 미봉책
이었다는 설명이다.

정 총장은 "백보 양보해 참여 정부 출범 초기로 실무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위기가
다시 도래할 경우를 대비해 건전성 감독 수단을 정비하고 건전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지
만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3년 하반기에 다시 재벌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위기가 재연되었을 때 정부가 취한 방법은 상
반기와 동일했다. 즉 제1 금융권과 제2 금융권을 동원해 채권을 만기 연장해 주고 위기를 이연시
켰다.

정 총장은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삼성카드사는 계열사 출자를 통해 처리하고 LG카드사는 산업은
행이 떠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런 편법에도 카드사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고 진
단했다.

정 총장은 신용카드사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적자 생존 논리의 실종 외에 "왜
곡된 게임의 룰"도 함께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자산담보부증권(ABS)다.

정 총장은 2003년 하반기 들어 카드회사들이 보유한 자산의 우량성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카드채
를 보유한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펀드의 건전성을 위해 조기 상환을 요구했을 때 정부가 각종 채
널을 통해 펀드매니저들을 압박, 굴복시켰다고 주장했다.

ABS는 채무자의 경제 상황에 따라 채권단이 담보자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채무자로부터 분리해
별도 법인에 매각한 후 이를 기초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정부가 카드사의 재무 상황 악화
를 우려해 조기상환요구를 봉쇄한 것은 ABS 발행의 기본적인 게임의 룰인 "격리"을 부정했다는
설명이다. 정 총장은 "당시 정부의 조치는 ABS를 일반적인 회사채로 전략시켰다"고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 이후 우리 증권산업의 성숙도를 보여줬던 펀드매니저들의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fiduciary duty)"도 함께 부정됐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장려했던 펀드매니저
들의 투자자 보호 노력을 정부 스스로 봉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 총장은 "신용카드 문제는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참여정부가 정공법으로 해결했더라면
이 문제가 참여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까지 확대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아울러 한국은행의 팽창적 통화신용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7
월과 올해 8월의 금리 인하는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양자 모두 정책의 실제적 효과보다는 경지 부양을 향한 정책당국의 의지를 표명한다
는 논리가 크게 작용했지만 실제적 효과가 없는 의지 표명이 얼마나 경제 주체의 야성적 충동을
자극했는지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진상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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