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하야]정치와 결탁해 요행과 편법을 기대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쟁

1,2 세대 경제의 '40년 정치고리'를 끊다

[머니투데이 성화용기자]
지난해 10월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점 만점에 4.5점,조사대상 146개국 가운데 47위에 그쳤다.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4위, 점수는 1위 핀란드(9.7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3년에 비해 점수가 0.2점, 순위가 3계단 오르기는 했지만 CPI가 처음 발표된 95년부터 10년간 한국은 계속 그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과연 4점대의 부패인식지수로 한국을 절대평가하는 게 맞는 것인지, 한국의 변화와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사이에 '타임래그(time lag)'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한국은 '부패'를 기준으로 봐도 확실히 달라졌다. 특히 경제현상에 이 문제를 대입하면 과거 1, 2세대 경제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정치'가 '경제'에서 빠져나갔다. 정치와 경제의 상호 인과 관계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정치의 경제에 대한 후진적‰▶株澯컥?개입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쉽게 말해 정치권 또는 관료 집단의 이권개입, 청탁수수, 밀실담합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5대그룹에 포함되는 한 재벌그룹 계열사의 고위 관계자는 "숫자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가 왔다"고털어놓았다. 그는 "과거에는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불확실성'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게 바로 '정치와 기업의 역학관계'였다"고 말을 꺼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예측불허의 변수를 염두에 둔 엉거주춤한 경영계획'이 문제였다.100을 써야하는데 70만 쓰거나 130, 150을 써버리는 분별없는 경영이 나온 것도 8~9할은 정치와의 유착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숨기거나 망설이지 않고, 더하거나 빼지도 않고 예측대로 하면된다. 치명적인 예측의 실패만 경계하면 된다. 이렇게 상식대로 경영을 한다는 게 얼마나 수월한 것인지, 15년 넘도록 임원 생활하면서 이제서야 알게됐다는 게 억울할 뿐이다."
그의 토로가 이어진다. "과거 그룹 총수의 가장 큰 고민이 뭐였는지 아느냐. 바로 정치자금, 정치권과의 교제 깊이다. 얼마나 사귀어야 할지, 어느 정도 주고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그 과정의 모멸감이나 결과의 후유증을 어떻게 감수해야 할지, 그게 가장 고통스로운 문제였다. 지금은 그게 없어졌다. 완전히 없어졌느냐고 묻는다면, '거의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사상 최고실적을 내고 있는 배경으로 '정치와의 단절'을 꼽는 시각마저 있다. "기업은 이제 투명경영을 하지 말라고 해도 할 수 밖에 없다. 정치자금 줄 일만 아니라면 뭐하러 위험 감수하며 부정을 저지르겠는가" (A그룹 재무담당 임원)

"있는 그대로 열어 놓고 계획대로 투자를 해 보니 엄청난 결과물이 돼 돌아오고 있다. 극히 최근의 변화다"(대기업 B사 부사장)

"기업 스스로도 계산하기 어려운 경영효율의 개선 요인이 분명히 있다. '정치'라는 변수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정치와 결탁해 요행과 편법을 기대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이다." (C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

이른바 '풀뿌리 부패'가 사라져 대중적으로 투명사회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지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한국경제는 빠른 속도로 '위'로부터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으며, 거스르기 힘든 대세로 굳어졌다.
최근 정부와 재계, 시민단체가 함께 체결한 `투명사회협약'은 형식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방향으로 가고 있다, 가야 한다는 데 대해 이질 적인 3자가 인식의 틀을 함께 했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 관련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의 사례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 명망이 높았던 최 위원장은 결국 공동대표로 있던 참여연대로부터 사퇴요구 성명을 듣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경제정책을 탁월하게 정리해온 이 전 부총리 역시 대안 부재의 상태에서 여론에 밀려 야인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참여정부 인선의 부실한 검증절차를 책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퇴진을 우리 경제, 사회의 부패지수와 연결시켜 자조하거나 냉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참여정부는 '불투명한 문제는 끝까지 문제로 남는다'는 교훈과 경각심을 사회에 다시한 번 확인시켜주는 대가로 2명의 유능한 동지를 잃었다. 부패와의 결별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다. 그래서 그들이 상징하는 건
오히려 투명한 미래다.
성화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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