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축사와 해군사관학교 축사를 보면서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에게 온갖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발 국제금융경제위기는 국내의 환율을 폭등시켰고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켰고,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촛불시위로부터 불거진 남한의 좌파들의 갖가지 폭력난동으로 인해 공권력과 법질서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경찰이 용산범대위에게 폭행을 당하고, 신용카드까지 삐앗기는 행태를 당했고 그 카드를 강탈한 난동자가 은행에서 현금을 빼내는 일까지 당했다. 북한의 김정일은 햇볕정책의 폐기와 조건을 단 ‘비핵개방3000’에 시비를 걸면서, 박왕자총격사건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위협하면서, 한미간의 연합훈련인 ‘키 리졸부’(Key resolve)를 반대한다는 구실로 남한 민항기 격추협박에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한인들을 볼모로 한 인질극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한 이명박 정부는 신중하면서도 침착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예상했지만 김정일의 분노가 만만치 않기에 청와대는 벙어리 냉가슴에 속을 애태우고 있다. 어차피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대북정책의 근간인 ‘비핵개방3000’을 북한에 제시했으면, 그 반발에 대해서도 남다른 각오가 필시 있었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하에서 김정일은 영수증 처리없이 묻지마-퍼주기식 대북원조로 남한에 빨대만 꽂으면서 무려 8조원이 넘는 남한물자를 마음껏 빨아먹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김정일의 ‘젖소’로 전락되었었다.  

좌파정부로부터 정권이 교체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가장 큰 국민적 지지와 호응을 받고 있는 분야가 대북정책이다. 그 이유는 ‘비핵개방3000’을 구실로 해서 햇볕정책을 조건부로 폐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김정일의 완강한 반발과 남한내 좌파의 집요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두 번에 걸친 축사를 검토해보면, 남북관계의 부진(不振)에 대한 지도자의 깊은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점은 북한 공산주의에 대한 강인한 결의나 남북한 비상사태에 대비한 강력한 대국민 호소도 보이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결의나 장기대책이 있는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애걸, 애원하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 남북한간의 약속은 이미 북한의 일방적 파기로 휴지조각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남북한 ‘약속지키기’ 운동과 남북대화 운동을 외로이 전개하고 있다. 더구나 초기의 ‘비핵개방’의 조건에서 개방은 빠지고 비핵만 요구하고 있는 대북정책의 변질이 엿보인다. 과거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등의 대북경고와 대북태도에 비해 너무나 대조적으로 연약하게 보인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런 북한의 생떼를 각오하고 대북정책을 입안했을 것이 아닌가?

  3.1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한간의 합의를 존중할 것이며, 남북대화와 협력을 약속했다. 물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면 이런 식의 부드러움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북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경고멧시지’도 강력하게 전달함이 없이 남한정부가 개성공단의 인질화에 위기를 느낀 것인지 북한에게 애원하는 식이 되고 말았다.  

3.1일 경축사의 이 대통령에서 대북관련문 요지  

“저는 북녘의 동포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서 북한 동포들의 삶과 행복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가장 걱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북한을 진정으로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와 미사일이 아니라 남북 협력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입니다. 어느 누구도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를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비핵화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과감하게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남과 북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평화적으로 공존, 공영해 나가자고 합의해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조건 없는 대화의 문은 지금도 활짝 열려있습니다. 남과 북은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해야 합니다. 3.1 정신의 가르침대로 남과 북이 만나서 한민족의 도약을 위해 합심해야 합니다.”

  3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및 임관식 축사에서도 3.1절 축사와 비슷한 논조로 말했다. 오히려 대북메시지의 톤이 3.1절 축사에 비해 훨씬 애원조로 심하게 변질되면서 자칫하면 햇볕정책으로의 回歸내지 대북유화정책의 再始動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오해를 사게끔 되었다. 남북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청와대의 초조감이 묻어 나오고 있다. 그런데 3.1절축사가 일반대중을 위한 대국민발언이라면, 이번에는 국방과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부 고위 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의 앞에서는 지도자는 결연한 대북의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북한은 육해공 모든 곳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은 물론 민간에 대한 위협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고 명확하게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다음 구절에서 박자가 어긋나고 있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겠다는 서로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 약속을 깨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이 군사적 위협을 하고 약속을 깨고 있는데도 ‘약속’ 운운하니 국민들이 답답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심하게 말하면 일방적인 ‘무저항주의’ 내지 일종의 ‘대북투항주의’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의지와 지도력에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군장교들이 과연 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을 지가 궁금하다.

축사의 요점은 두 가지다. ① 북한이 약속을 어겼는데도 불구하고, 남한은 약속을 성실하게 ‘일편단심으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②북한은 남한인을 관광산관광시에 총격사살했고, 개성공단에서는 근무하는 7백여명의 한국인들을 볼모로 삼고 있지만, 남한은 해군첩보선인지 정체모를 북한 선박(?)을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보장한다고 (자랑삼아?)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한 상생을 위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이 대통령의 축사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는데, 도대체 무슨 약속을 말하는가? 이것은 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가 김정일과 합의한 6.15-10.4남북한공동선언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것인가? 이 대통령은 6.15-10.4남북선언문 내용의 심각성을 알고나 하는 말인가? 남북연방제를 추진하고 미군철수에 합의하고, 비료,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가격이 폭등하면서 품귀현상이 일어나도, 국가경제가 거덜이 나도 이에 개의치 않고, 남북한 상생협력과 볼모상태를 모면하기 위해서, 대북정책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과거 좌파정부가 한 것처럼 북한을 ‘묻지마 퍼주기’ 지원을 再開하겠다는 것인가? 이제 북한 김정일의 협박과 공갈, 생떼에 지치고 겁이 나니까 다시 햇볕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대북메시지인가?

이미 북한이 모든 대남약속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는데, 남한의 최고 지도자가 북한의 독재자에게 “제발 약속 지키자”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長老의 경우, 교회가 분열되고 싸움박질에 몰두하는 신자들에게 “제발 싸우지 말라”고 빌면서 애원하는 것은 당연한 교회정치(Church Politics)의 한 모습이고, 예수가 무신론자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몸을 던지는 식의 무저항주의방식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것이 최선의 선교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성경에 “원수가 왼쪽 빰을 때리면, 오른쪽 빰을 내밀라”는 식의 설교는 사적 원한관계에서 가급적 싸우지 말고 화해하라는 말이지 남북한의 대립상태에서 함부로 적용되는 경우와 다르다. 만약 동서해안에서 북한 해군의 무력도발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가능성의 언급이 없이 ‘약속’지키기와 ‘상생공영’의 용어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지속된 김정일이 지시한 각종 벼랑끝 대남협박카드(민간인관광객총결사살, 개성관광 폐쇄, 개성공단 출입통제 및 인질화, 북한군대변인 대남도발협박, 남한 민항기 격추위협, 미사일발사위협) 등을 맞이하여, 과연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비핵개방3000’을 근거한 대북정책을 얼마만큼 고수할 것인가?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각종 협박과 조건부 대화를 핑계로 해서 슬그머니 햇볕정책으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대남협박이 통할 것인가?

  북한 미사일의 발사는 큰 소득이 없고 국제사회의 반발과 부작용이 클 것이다. 김정일의 마지막 대남카드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한인사들에 대한 인질극 연출이 되고 있다. 노무현 좌파정부 말기 한국선교인들의 아프간 인질사태를 목격한 김정일은 몸값 비싼 한국인들이 풀려나게 된 아프간테러리스트-김만복 국정원장간의 비밀 협상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정일의 대남인질협박과 남한의 버티기 중 어느 쪽이 더 센지 남북한 관계에서 중대 기로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와 통일부에 얼마나 용기있는 대북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지가 김정일의 대남협박을 물리칠 수 있는지의 관건(關鍵)이 될 것이다. 남북한간의 새로운 긴장상태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잃어버린 지도력의 회복과 자유통일을 위한 절대 호기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인데, ‘약속지키기운동’과 대화하자는 대북애원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CEO-長老 출신 정치인의 한계점만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청와대를 바라보는 보수애국의 심정은 답답함과 속 터짐 그 자체이다.  

이 명박 대통령의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및 임관식 축사에서 대북관련문 요지

  “지금 북한은 육, 해, 공 모든 곳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위협은 물론 민간에 대한 위협까지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겠다는 서로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 약속을 깨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시간 북한 화물선이 우리 영해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배는 제주해협을 통과하여 서해를 거쳐 북한 남포로 올라갈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를 매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북은 대결이 아닌 상생 공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2009/3/14

이주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