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높이 날아서 멀리 보라!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노력하는 자에게는 못 당한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즐기는 자에게는 못 당한다. 군에 입대하여 제식훈련, 총검술, 사격, 행군 등의 보병훈련을 받을 때, 그게 얼마나 지겹고 힘들던지...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내무반 내 옆자리의 동기 녀석은 훈련을 그렇게 재미있어 했다. 녀석은 마치 어릴 적 전쟁놀이 하듯 훈련을 즐기는 거였다.
야간 사격을 하기 위해 얼굴에 위장칠을 하고 사격장을 향해 구보로 출발할 때, 녀석의 눈빛은 묘한 흥분으로 반짝거렸다. 나는 사격 불합격 판정으로 기압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겁에 질려있었는데 말이다. 밤에 취침을 할 때도 녀석은 다음 날의 훈련목록과 시간표를 숙지하며 기대감에 들떠 잠이 들곤 하였다. 나는 그 때 녀석이야말로 ‘군대 체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박정희, 이명박과 같은 사람들을 보면 ‘대통령 체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은 어떤가? 그는 대통령 체질이 아니라 변호사 체질이다. 그는 말을 잘하고 논쟁을 즐기는 편이다. ‘대통령 체질’인 사람은 대통령직이 너무 즐겁기 때문에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다. 그러면 정동영은 무슨 체질일까? 신당 경선과정에서 그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그는 영락없이 ‘골목대장 체질’이었다.
이번에 만약 ‘골목대장 체질’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나라는 그 날로 ‘골목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세계화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골목대장과 그 똘마니들이 안하무인으로 우쭐거리며 ‘대북문제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다 깽판쳐도 된다’ 면서 또 다시 이 나라를 5년 동안 골목길로 끌고 들어갈 것을 상상해 보라!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번에 이명박 당선인이 미,일,러,중 4대 강국에 특사를 파견하여 친서를 전달키로 한 것은 한반도의 세계화를 위한 발빠른 행보였다.
특별히 중국의 특사단장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임명하고 박 전 대표가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은 공천을 둘러싼 내부적인 암투와는 별개로 국익에 우선해야 한다는 박근혜의 ‘원칙론’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나 박근혜의 핵심측근들은 박근혜의 특사 수락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박근혜의 입장번복을 요구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나는 저들이 주군을 따르려는 사람들인지 주군을 부리려는 사람들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주군의 뜻이 내 마음에 들면 따르고 내 마음에 안 들면 따를 수 없다는 건가? 박근혜는 이제 이명박 당선인과 함께 ‘줄푸세 타고 747’로 날아가야 할 절체절명의 부름을 받았다. 조국의 선진화와 평화통일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받은 것이다.
언제까지 박근혜를 일부 정치세력의 볼모로 붙잡고 늘어질 셈인가? 박근혜의 원칙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치환하려는 일부 정치세력의 집요한 욕망이 이제는 원성과 비난, 그리고 발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육두문자를 동원하여 박근혜를 비난하면서 ‘이명박의 개’라고 짖어대고 있다. 박근혜도 대선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겠지만, 바햐흐로 그녀가 중대결심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박근혜는 더 이상 영남의 맹주자리에 연연치 말고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 전체의 미래와 유익을 바라보아야 한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사는 법이다. 그녀가 설령 영남에서 버림을 받는다해도 조금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대한민국 전체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일부지역에 연연한다면 호남의 김대중과 다를 게 뭔가?
박근혜가 이명박의 특사가 되었다하여 그게 이명박의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명박의 형인 이상득도 동생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인가? 어떻게 그런 몰지각한 발상이 통용될 수 있나? 대통령이 모든 일을 혼자 다 할 수 없으므로 요소요소에 걸맞는 유능한 인물들이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 결코 챵피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의 핵심 측근들은 그게 마치 챵피한 일인 것처럼, 박근혜의 위상에 큰 흠결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의 특사수락이 공천시기를 둘러싼 현재의 갈등에서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기브 앤 테이크’도 모르나? 주군의 판단을 믿고 좀 진득하니 기다려보라. 이명박은 결코 정치보복을 할 사람이 아니다.
박근혜는 이제 높이 날아서 멀리 보아야 한다. 영남 맹주라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건 영남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박근혜가 만약 이번 18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대구를 포기하고 광주에서 출마하기 바란다. 그리고 승패에 관계없이 광주에 아낌없이 애정을 쏟는다면 동서화해의 결정적 해결책이 되리라 본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흐믓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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