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씨알 먹히는 데도 없고, 돈 되는 것도 없고, 괜히 남의 신경 건드려서 감정만 나빠지고 해서리 그만 두기도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대선에 대하여 애착을 가질 만한 게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현듯 안철수가 대권출마를 선언한다길래 또 무슨 꿍꿍이냐며 관심을 껐었는데, 문제는 현충원에 참배하는 데 있어서 문제인이 김대중 무덤만 들렀는데 비하여, 안철수는 이승만 묘소,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고 김대중 무덤에 들렀다는 소식이다.

이거이 완전히 뒷통수 맞은 느낌이 들어 안철수에 관하여 몇 가지 검색을 해봤더니, 자기 입으로 6.15나 10.4에 관해 직접 지지한 적이 없고, 박선영 의원이 탈북자 북송반대 단식시위 할 때 현장에 참석했으며, 정치적으로 어디에 딱히 한 맺힌 게 없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웰빙”을 “힐링”이라는 모드로 전환해가는 야바위 또한 뭐 그리 거부감도 안 생기더라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이라는 소리 자꾸 하면 좌파적인 ‘경제민주화’ 정서가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안철수는 청년 창업환경 어쩌고 하는 데서 고용문제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 같아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누구누구에게 한 맺힌 게 없는 자라서 속이 편하다.

어쨌든 안철수는 우파를 ‘벌레’라고 부를 정도로 얍삽한 얌체좌파이긴 한데, 그 자신은 종북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던데,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아마도 이 때문에 반박근혜 우파표가 ‘가장 덜 나쁘다’고 판단한 안철수에게로 가버린 것 아닌가 여겨진다는 것이다.

다만, 안철수 주변에 몰려든 종자들이 100% 빨갱이라는 게 제일 맘에 안 들더라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박근혜는 어떤가.

6.15와 10.4 모두 지지했으며, 용산참사에 희생된 경찰을 모독했다.

반역적인 세종시 이전을 추진력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이번에 또 역사반성 하면서 또 우파의 심장에다 비수를 들이대는 선언을 할 것인가.

하긴 박근혜가 좌파들에게 갖은 열의를 보여주었으면서도 우파들 마음을 헤아려준 적이 없다.

그럼 우파가 쏠리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자명한 것 아닌가.

절대로 우파가 문재인에게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박근혜에겐 애정이 돌아서고 있다.

그렇다면 “갈 데가 어디 있어”라던 우파 표는 어디로 갈 것인가.

바로 박근혜가 방치한 우파 표를 블루오션으로 본 자에게 갈 수밖에 더 있겠나.

그래서일까. 엊그제 안철수가 박근혜를 멀찌감치 추월했단다.

당연한 업보요, 점차 대세화 되고 굳어가는 모습이다.

얼마 전 안철수의 책을 샀다는 후배들에게 분노했던 나의 심정도 이젠 평온해진다.

그나마 필자도 키보드를 놓아버리기 전에는 괜히 안철수에게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보태주는 것 같아서 글 제목에다 ‘안철수’를 직접 쓰지는 않았는데, 이젠 쓰기로 했다.

방금 통화했던 내 친구처럼, 나도 ‘갈 데가 어디 있냐’는 모멸이 듣기 싫어서 가장 덜 싫은 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이젠 박근혜가 다시 돌이키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선거는 반대자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자 1%를 돌리려다 지지자 10% 잃기 때문에, 지지자 1%라도 더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박근혜는 이 점을 완전히 간과해버렸다. 우파들 맘을 헤아려준 게 거의 없었던 것이다.

산토끼로 변해버린 집토끼를 다시 잡는 것은 훨씬 어렵다. 그럼 이에 맞는 결론이나 대비해야 되겠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