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19 일요일
탈출기 // 흑인영가, 흑인민요<수정판>
오늘 11시 미사 중에 성가 [주의 빵을 서로 나누세](502번)를 불렀다. 미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숲길을 약 30분간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구슬픈 가락을 흑인이 아닌 다른 족속들이 지어서 부를 수 있을까? 우리 민요 [한 오백 년]의 독특한 가락을 중국 민요나 일본 민요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
또 이런 생각도 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독일 민요는 그게 그것 같은데 왜 한국민요는 중국민요, 일본 민요와 왜 그토록 가락이 함축한 이미지가 현격하게 다를까?’
[가톨릭 성가] 중 496번 곡인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는 내 귀에 502번곡보다 더 애조(哀調)가 심한 흑인영가로 들린다. 그 어느 족속보다도 고통과 슬픔을 많이 겪은 흑인들이 아니면 도저히 빚어낼 수 없는 곡이라고 나는 본다. 즉, 베토벤의 교향악곡을 아무나 작곡할 수 없듯이 흑인영가는 아무 족속이나 지어낼 수 없는 가락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이 두 흑인영가를 처음 듣고 ‘듣는 사람의 마음(영혼)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가락이네!’ 하고 감탄한 때가 어느 해 어느 날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때 나는 흑인영가인 줄 모르고 들었다. 나중에 알았다.
이런 나로서는 ‘흑인 민요(民謠)’라는 말은 없고, ‘흑인영가(靈歌)’라는 말만 있게 된 사연을 넉넉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령 영(靈), 노래 가(歌), 이 두 글자로 흑인영가에만 ‘영가’란 말을 붙여주는 이유를 십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인간애(人間愛)라는 고상한 말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고통과 비애를 겪은 무리 사이에서만 가장 진실하게 표현되고 소통될 수 있는 것’이라고.
아득한 원시시대부터 흑인들이 겪은 그 원초적이고 기나긴 고통과 비애, 반만년 역사를 기록하면서 힘들게 살아온 코리안 족속이 겪은 수많은 역사적 고난과 비애, 이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민족이 과연 있을까?
그러므로 김현승 시인의 시 [견고한 고독]은 제목 자체만으로도 절실한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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