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차 핵실험에 이은 각종 도발성 발언과 개성공단 폐쇄에서 보여준 북괴 김정은 집단의 살라미 방식의 벼랑끝전술 앞에 한미 양측은 보복능력과 감시능력을 앞세우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우선 핵우산의 건재함을 보이려고 B-52 전략폭격기, 샤이엔 전략핵잠수함, B-2 전략스텔스폭격기, F-22 스텔스전투기, 항모 2척의 이동배치 등 타격능력의 위용을 내세우는데 이어서, X-Band 레이더 등을 등장시켜 대북감시능력의 위용을 자랑한다.

모두 훌륭한 하드웨어적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속빈강정이다.

왜 그런고 하니, 가령 이런 예를 들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미국의 CIA가 우리의 일상을 감시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있다고 본다. 실제로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영화나 다큐에서 취급하는 내용으로 봐선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그렇다면 그 CIA가 때문에 보통사람인 우리가 일상의 불편을 느끼는가? 그렇진 않다.

왜? 그것은 수많은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만큼 수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시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지려면 CIA의 직원수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감시능력이 되더라도 관심대상은 그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 연평도에서 탈북자가 어선을 훔쳐 밀입북해도 놓치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감시능력을 지나치게 믿다보니 관심한도를 도외시한 것이다.

바로 관심한도를 유효하게 만들려면 관심대상의 수를 줄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 안보에 있어서 제한된 관심대상의 수를 줄이려면, 관심대상 행위가 스스로 제한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력한 보복”이다.

가령, MD를 아무리 완벽하게 하더라도 사태가 발발하지 않으면 장시간 감시에 따른 긴장, 지겨움, 피로로 인하여 권태와 해이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 MD망은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뚫리지 않게 하려면, 도발에 따른 보복을 엄청나게 강하게 해버리면 도발할 마음을 먹기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 감시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일상이라도 마음 편히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MD망은 첨단레이더와 정보망을 이용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아니라 핵무기라는 것이다.

예전부터 필자가 강조했지만, 예의주시 오래하면 눈이 아프고 몸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가령, 도둑질할 마음만 품고 도둑질을 하지 않은 놈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둑이 3년만 안 들어오면 비상벨이 울려도 맨날 유기견이나 도둑고양이 뿐이어서 대응하기도 싫어지고, 방범시스템이 고장 나도 방치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도둑이 들어왔다가 맞아죽기라도 하면, 방법시스템이 없어도 도둑걱정이 없다.

아예 도둑질할 마음을 못 먹기 때문이다.

이번에 잠수정이 기동했다는 것을 포착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를 알 정도의 감시능력 가지고도 도발징후 판단 못 내리는지 선제폭격을 안 하고 그저 그 지긋지긋한 “예의주시”만 또 강조한다.

그렇다면 도발을 먼저 당해야 도발징후로 보고 폭격하겠다는 건가.

지나친 감시정찰은 오히려 결단력을 저해한다.

징후라는 건 ‘기수’행위가 아닌 ‘예비’행위로 판단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항모 2척이 오고, CNN이 연일 시끄럽고, GM을 비롯한 외국기업이 철수방안을 논의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sell-korea하는 시점이다.

경제는 좀 접어두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군사카드다.

게다가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서 해킹한 계정 9001개를 인터넷에 공개한데 이어 이번엔 나머지 6216명에 대하여도 공개함으로써 전시에 우리의 후방을 위태롭게 할 ‘내부의 적’도 저절로 파악되었다.

폴란드를 집어삼키려고 폴란드 국경근처 독일방송국에 사형수를 보내어 죽이고는 폴란드에 누명 씌워 “백색의 경우” 작전을 감행했던 히틀러 정도로 할 필요는 없지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도발징후에 따른 선제타격”이 최소한 빈말이 아님을 보이려면, 도발 당하기 전에 도발징후를 판정하여 실제 선제타격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예의주시’만 하다가 뒤통수 맞고는 “다음에 또 했다간 봐라” 식의 쪼다 짓 좀 그만할 때가 되었다.

당하고 나서야 입증되는 도발징후를 사전에 판단하는 것은 좀 틀려도 된다!

어차피 북괴가 도발을 선언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까짓 것 지금까지 구라치는 것으로 속으로 알지만 이번엔 진짜인 줄 속았다며 진짜로 폭격해버리면 북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언제까지 북괴가 무수단으로 미사일 이동한다며 일상인에겐 무슨 의미인지 이해도 안 되는 이유로 긴장을 떨고는 이지스 함을 총동원하여 예의주시한다고 호들갑 떠는가.

그래봐야 겨우 발사시간 먼저 알아낸 것 자랑하려고?

그래, 대응미사일로 격추시키는 것도 아니면서 수일 내지 수주 동안 긴장하는 똥개훈련이나 당하다가 북괴가 안 쏘고 그냥 넘어가면, 그땐 얼마나 김빠지겠는가.

그러다가 북괴가 갑자기 영변 핵시설 재가동하는데, 여기에다 만일 엉뚱한 군사적 실험을 또 추가하면 우리의 감시체제는 정신이 없게 되어, 또다시 뚫리게 되고 만다.

언제까지 저들의 소매치기배 바람몰이 같은 데다 시선 빼앗기는 예의주시 같은 얼빠진 짓거리나 계속 할 텐가.

먼저 말했지만, 감시능력은 관심대상의 수를 줄여야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젠 철저한 감시보다 확실한 보복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안 서는가.

항모 2척을 비롯한 무력수단들이 화려하게 몰려들고, 개성공단 인질도 추방하려 하고,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공개로 후방교란세력도 확실히 포착되었고, 각종 경제지표들이 곤두박질치는 이 시점만큼 군사적 결행이 용이한 때가 있겠는가.

예의주시 좀 그만하고 제발 전쟁 좀 하자!

맨날 양치기 소년 같은 말에 긴장소동 벌이기도 지겹단 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