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지겹도록 들먹이는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해괴한 질병이 왠일인지 올해는 보도가 안 되네요.

그런데, 가끔 여성들과 많이 일하는 저는 ‘명절날 당직하여 시댁 안 가려는 여성공무원’이라는 기사가 등장한 이후에 참으로 무서운 얘기들을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거의 “저주급”에 해당하는 시어머니에 대한 욕인데, 듣다보면 대한민국 시어머니는 전부 악마이고 간섭쟁이이며, 친정어머니는 전부 천사요 인생 멘토더라는 겁니다.

사실 인간 사회는 실질적으로 모계사회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모녀간이나 자매간에는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전화수다를 통하여 시아버지 거시기 이야기까지 다 하는 사이인 반면, 친정의 약점은 시댁에 비밀이거든요.

그렇다고 부자간에 며느리 흉 되는 이야기나 성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못하는 것이고 하니까, 마마보이를 둔 시어머니와 고급첩보원을 둔 친정어머니 사이의 정보력과 보안관리로 우열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요즈음 하도 페미전성시대라서 그런지 여자들이 넋 놓고 보는 드라마 같은 데서 맨날 다루는 게 고부갈등인데, 대부분 시어머니는 악역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아들만 둔 사람은 악마 후보생입니다.

요즈음 며느리가 시댁을 하찮게 보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하므로 시댁에선 유산 빼고는 별로 거들떠 볼 게 없고, 심지어 남편한테도 별로 바랄 게 없기 때문에 비슷하게 통하는 여자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할 뿐, 조금이라도 부담되거나 격식을 요구하는 데는 싫어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누구 말마따나 시골에서 올라오는 시어머니가 찾기 힘들도록 일부러 아파트 이름이 애매하고 복잡한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며느리들이 싫어하는 악마가 안 되는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것은 한국인 며느리 보다는 외국인 며느리를 보는 겁니다.

왜냐하면, 친정어머니와 접촉이 제한되는 만큼, 정보교환에 따른 접선공작이  적어져서 접선에 따른 시댁약점 분석정보를 그만큼 못 가지므로 시댁을 높이 보게 되거든요.

게다가 이번에 남편과 사별하고도 시부모 봉양하는 외국인 며느리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외국인 며느리는 박대 받거나 귀여움 받는 것을 떠나서, 시댁 우습게 알고 설치는 것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선진국 여성을 며느리로 본다면 우생학적으로 더욱 좋겠지요.

전 무서워서 한국인 며느리 안 볼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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