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장남 부당 내부거래내막
"회장님 자제분이 맞기는 한데… "
두산그룹 후계자 부당내부거래 내막
미공개 정보 이용한 내부 거래로 부당이득 챙겨
두산, 두산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액수도 작다
재벌 4세가 비도덕적으로 재산 증식에 나선 일이 들통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문제의 재벌 4세는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신전자 회장. 박회장은 두산 그룹의 후계자로도 알려졌다.
박 회장은 지난 2001년 4월 부도가 난 (주)이룸(현 케이아이티브)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와 별정통신업체인 제니시스멀티미디어(현 잇츠티브)의 인수를 앞두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 차명계좌를 개설, 이룸의 주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당시 이룸이 인수에 나선 제니시스멀티미디어 회장으로 미공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은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경원 전신전자 회장과 현직 변호사 박모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돼, 벌금 2천만 원을 냈다고 밝혔다. 금감윈은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7월 이들을 포함한 10여명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7월 거래소 상장기업인 (주)이룸(현 케이아이티브)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도 챙기고 돈도 챙기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PP를 소재로 하는 컨테이너백전문업체 이룸은 지난 2001년 4월 부도처리 된 이후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7월 화의인가를 앞두고 별정통신업체인 제너시스멀티미디어(현 잇츠티브)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
이룸이 인수에 나선 제너시스멀티미디어는 두산건설 버추얼텍 로커스 태영 등이 지난 99년 9월 합작 설립한 인터액티브TV 서비스업체. 당시 박 회장은 제너스멀티미디어의 회장으로 이룸의 제너시스멀티미디어 인수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룸의 제너시스멀티미디어 인수 방식은 주식맞교환. 이룸은 제너스멀티미디어 주주들을 포함해 제3자 배정으로 6백54만5천9백80주(주당 5천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3백27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이 가운데 2백17억원으로 제너스멀티미디어 주주 지분 96.9%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이룸은 제너스멀티미디어의 인수로 경영정상화 실현을 제너시스멀티미디어는 상장회사인 이룸을 통해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하게되는 결과를 얻었다.
문제는 이룸의 제너시스멀미디어 인수에 앞장 선 박 회장이 이룸의 '화의인가 결정과 제너시스멀티미디어 인수' 결정이라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자신의 재산 불리기에 이용했다는 것. 그는 제너시스멀티미디어의 경영자라는 위치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룸의 화의인가 과정에 참여한 박모 변호사를 통해 내부 거래로 부당이득을 챙겼다.
박 회장은 이룸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 차명계좌를 개설해 이룸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는 이룸의 화의인가 결정과 제너시스멀티미디어 인수가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해 이룸의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큰 이익을 보지 못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주가가 낮아 부당이득이 수백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벌 4세 내부자 거래 '도덕 불감증' 실감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은 당시 박 회장이 경영자로 있던 비상장회사의 우회등록을 목적으로 이뤄진 이룸의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주가가 낮아 부당이득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재벌 4세와 변호사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부당 내부거래에 관여한 박모 변호사는 검찰에서 처음에는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최근 증권거래법 위반 사실을 시인, 약식 기소됐다.
부당이익금이 작지만 비판의 화살을 면치는 어려울 듯하다. 재벌 4세와 현직 변호사의 부당 내부거래가 들통나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다 그 수법이 전형적인 재벌 일가의 모럴 해저드를 보였다는 지적 때문이다.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재벌 4세라도 해도 공범자와 짜고 치밀하게 작전을 벌인 점을 비춰볼 때 검찰의 약식기소는 솜방망이라는 지적이다. 부당 내부거래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공개 자료를 이용해 비도덕적으로 재산 증식에 나선 것은 '죄질이 나쁘다'는 평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벌 4세가 등 사회지도층의 도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며 "내부자거래에 대해서는 법적용이 엄격해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박용호 두산그룹 회장의 자제이기는 하지만 박 회장이 그룹을 완전히 떠났으며 부당 금액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경원 전신전자 회장은 현재, 두산그룹에서 완전 분리돼 통신업 관련업체인 전신전자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신전자 지분 21.88%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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