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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후 여권 50일' 낙제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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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특집
- 6·5 재보선

5일 치러진 6·5 재보선은 4ㆍ15 총선 이후 여권이 정국 주도세력으로서 보낸 50여일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의 전멸에 가까운 참패는 국민이 ‘여권이 장악했던 50일’에 대해 낙제점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이유로는 먼저 탄핵 정국의 반사 이익으로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여권이 각종 내부 갈등과 파동으로 지리멸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총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개각 파동이었다. 차기 대선 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 대표간의 자리 다툼,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제청 압박등이 국민 앞에 그대로 노출됐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지명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이견과 갈등도 악재였다. 소장파와 청와대 직계 세력간의 치고받기, 당과 청와대 관계의 난기류, 노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쾌감 표시 등에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 한나라당 김태호 당선자가 4일 경남 창원시 선거캠프에서 부인 신옥임씨의 손을 잡고 환호하는 당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김 당선자는 최연소 민선군수를 거쳐 단숨에 전국 최연소 광역단체장이 됐다./ 연합

탄핵 기각 이후 직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이 여전히 탄핵 이전과 똑같은 언행을 한 것도 여권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4일 “공천의견도 못했는데 왜 내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인지 억울하다”고 했지만 이번 패배의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9일 청와대에서 벌어진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자축 행사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보수·진보를 가른 노 대통령의 연세대 강연도 문제였다. “내가 재임하는 동안 경제는 문제없다”던 최근 노 대통령의 호언장담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난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 5일 밤 새천년민주당 박준영 후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당선이 확실시 돼자 부인 최수복씨와 한화갑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들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

야당은 이번 선거기간 내내 “탄핵 기각이후 직무에 복귀한 뒤 경제 위기론을 무시하고, 한미 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등 국정에 다시 문제를 드러낸 노 대통령을 심판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 차지한 데 대한 국민의 견제심리가 발동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30%안팎에 불과했던 투표율도 열린우리당에 불리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인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기권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선 한나라당이 우위를 지켜왔고 그 추세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4ㆍ15 총선에서의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여권에 내줬던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상당 부분 입지를 회복하게 됐다. 텃밭인 영남을 지켜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잡아 당내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총선에서 대패해 사실상 정치적으로 고사될 위기에 놓였던 민주당은 전남지사를 따냄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여권 일부에서 나왔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여권은 정국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잠재적 우군’으로 여기고 있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과의 제휴 또는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효섭기자 [email protected] )

입력 : 2004.06.05 23:11 44' / 수정 : 2004.06.06 00:07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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