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독자토론방에서 "독고탁"님이 쓰신 글입니다.
최근 수사권 이슈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와 관련된 담론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저는 누구의 주장이 옳고 누구의 주장이 그름을 떠나 그러한 이슈제기 자체가 주는 느낌이 무척 신선하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과거에 우리 일반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었던 검찰과 경찰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있었다면 어느새 그것을 다시 꺼내어 보고 먼지 털어가며 잘못 기록해 두었던 것들을 다시 수정하며 새로운 느낌으로 기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담론 생산을 위해 현직 경찰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웹진사이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서 의견들을 주고 계시고 네티즌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며 감사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바로 스킨쉽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친해지고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가 생긴다는 통속적인 개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스킨쉽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읽고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모두가 함께 만드는 세상 속에서의 자신의 진정한 위치를 찾게 해주는 힘이 생긴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러한 노력에 있어서 최근 경찰관님과 경찰가족 분들의 노력이 매우 의미가 있고 메시지의 전달력이나 설득력이 높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반면, 검찰은 아직도 높게 쌓은 성 안에 사는 사람들 같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장관도 직접 네티즌들과 스킨쉽을 하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러한 노력들이 최근 '검-경간의 갈등'이라고 하는 전투국면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서 경찰관님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하나의 전략으로 전락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오랜만에 좋은 기회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대단히 미묘하고 섬세한 것이어서, 마음을 열었을 때와 마음을 닫았을 때의 표정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온라인 상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이 감정까지도 실어주니 말입니다..
언젠가 이슈가 잦아들고 무언가 결론이 났을 때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될 담론들을 상상해 봅니다. 겨울에 여름 생각하고, 봄에 가을 생각하듯 하루이틀 살고 말 우리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물론 시사적인 요소란 사회적인 이슈에 따라 흐르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담론도 펼쳤다 지곤 하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러한 교류와 스킨쉽이 그저 단순하지 않고, 목적의식에 몰입하지 않고, 나의 이기심에 기인하지 않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가치를 남기는 그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상쾌한 만남으로, 쿨한 이미지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경찰관님들께서 추구해 주셔야 할 것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더욱 더 스스로를 개혁하고 바로 선 경찰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 어느 한 곳 개혁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행정부든, 사법부든, 정치권이든 언론계이든..
개혁적이지 못한 모든 것을 질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을 탓하고 비난하는 것 만으로 나 자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분명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역지사지로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것에도 마찬가지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연을 확대하되 내연도 챙기는 지혜 말입니다.
이 세상에 우린 잘못없다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으리라고 봅니다. 우리 경찰에 몸담고 계신 분들께서도 지속적으로 내부개혁에 애써주시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이러한 담론이 생성되는 것은 매우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이러한 목소리의 일부는 내부를 향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두가 강인한 의지와 의욕으로 개혁을 추구하는데, 모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불거지지 않도록 더욱 더 주변을 챙기고 애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번의 노력을 단 한번의 불찰로 물거품이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살아오며 흔히 보아 왔기에 염려를 갖는 것입니다.
'우린 정말 많이 발전하고 좋아졌다'라고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정도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노력하고 우리 스스로를 개혁하겠다'라는 다짐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개혁케 하는 것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휴일인 오늘도 쉬시지 못하고 애쓰시는 모든 경찰관님께 따뜻한 마음을 보냅니다..
독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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