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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KBS특감] 예비비 전용…특별성과급 215억 지급
1조원 넘는 예산, 심사없이 국회 결산승인만
회사돈 380억으로 직원이 낼 개인연금 지원
정원초과 간부 73명…평균연봉 1억원 넘어
1247억 들인 스튜디오 이용률 8~41%뿐
노조 전임자數 공기업기준 4배…11억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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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감사원 특감 결과 발표를 통해 21일 공개됐다.
감사원은 KBS가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사도 받지 않고 외부 감독이 전무한 상태에서 운영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100% 정부 출자기관인 KBS는 다른 정부투자기관보다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 예산을 높게 편성해 사용해왔으며, 이사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해 곳곳에서 비정상적인 운영 실태를 드러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영성을 외치면서도 2TV의 오락프로그램 비중이 민영방송인 SBS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모순적인 모습에도 시정을 권고했다.

▲ 지난 2000년 1247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된 KBS의 수원 드라마제작 센터는 TV스튜디오 사용률이 8~41%에 불과하고, 제작·편집실은 4개 중 2개, 더빙실은 3개 중 1개만 사용되고 있어 예산낭비 사례라는 지적을 받았다./KBS제공

◆ 복리후생비 ‘물쓰듯’

감사원은 KBS가 지난 2002년 예비비 109억원을 전용해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 215억원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월드컵 특수로 세전순익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자 ‘월 기본급의 160%’이던 성과급 규정을 ‘세전순익이 1000억원을 넘으면 월 기본급의 200%’로 급히 변경, 성과급을 집행했다. 월드컵 중계로 얻은 이익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모자라 천재지변 등에 대비해 비축해둔 예비비까지 헐어낸 것이다.

KBS는 또 다른 공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대여’하는 자녀 대학학자금을 2002년까지 무상으로 지급해 왔다. 다른 공공단체와 정부투자기관에서 폐지된 퇴직금 누진제를 계속 유지해오고 있었다. 문화관광부와 감사원은 지난 99년과 2002년 두 차례나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라고 권고했으나 KBS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BS는 또한 95년 이후 회사 돈으로 모두 380억원의 직원 개인연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제도 역시 두 차례나 폐지를 촉구했으나 KBS는 ‘노조와의 합의사항’이라는 이유로 이를 고치지 않았다.

KBS는 정관과 사규에 근거가 없는 특별격려금을 세 차례에 걸쳐 81억원을 지급했고, 지난해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기준(세전순익의 5%)보다 55억원이나 많이 출연했다. 또 근로기준법에 의한 휴가 외에 보건휴가와 장기근속휴가를 허용하고 있어 2002년에만 276억원(1인당 514만원)의 휴가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 상위직이 더많은 인력구조

감사원은 KBS가 ‘구조조정’을 통해 외형적으로는 직원 수를 줄였으나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상위 직급 인원은 하위 직급 인원의 2배가 넘는 기형적인 인력구조로 오히려 변했다고 지적했다

. KBS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전체 인력을 5329명에서 5127명으로 3.7% 줄였지만, 상위직인 국장·부장급은 직제상 정원만 감축한 채 실제 근무 국·부장급 인원은 오히려 4분의 1쯤 늘어났다. 2003년 말 현재 상위직이 3483명으로 하위직1644명보다 두 배나 많은 ‘역(逆)피라미드’ 구조가 됐다.

지난 98년 말 정원 100명이던 국장급은 2003년 말 정원이 95명으로 줄었으나 실제 인원은 84명에서 119명으로 35명이 오히려 늘었으며, 부장급 역시 정원은 322명에서 306명으로 줄었으나 실제 인원은 277명에서 339명으로 62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 국장·부장 제도 역시 정원 53명의 두 배가 넘는 126명(정원 초과 73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전문직 국장·부장들의 연간 급여가 1인당 1억300만원으로 인건비 증가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전국 25개 지역 방송국 중 16개 방송국은 자체 제작비율이 방송시간의 1%에 불과, 업무는 적고 운영 예산은 많이 소요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 16개 지역방송국의 운영비는 지난 2000년 756억원에서 2003년 8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KBS의 경영 부담이 되고 있다. 감사원은 “KBS가 지역총국을 통·폐합하라는 지적을 받고도 지역 주민의 반대 등을 이유로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수요도 계산 않는 투자

1247억원이 투입된 수원의 드라마 제작센터는 스튜디오 이용률이 8~41%에 불과해 76~88%인 본사 스튜디오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감사원은 “KBS가 활용 가능성을 깊이 검토하지 않은 채 1247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 대규모 제작센터를 지었으며, 이런데도 서울 본사 연구동에 2700억원 규모의 멀티미디어센터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노조 전임자 일반 공기업의 4배

정부투자기업 기준의 4배가 넘는 노조 전임자 숫자도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KBS가 ‘정부투자기관 노조 전임자 허용기준’을 적용한 노조 전임자 수 6명보다 19명이 많은 25명을 전임자로 운영하고 있어 연간 11억7287만여원의 인건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장이 임명한 본부장을 노조가 신임 투표를 하도록 돼 있는 단체협약도 부적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KBS는 회사 돈으로 개인연금 불입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중단하라는 감사원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노조와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 이름뿐인 공영채널

외국 공영방송과 비교하면 영국 BBC(99%)나 일본 NHK(98%)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반면, KBS는 2003년 기준 수신료 수입이 39%에 불과하고 광고 수입이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KBS가 월 2500원인 수신료의 인상은 어렵고 인건비 상승 등 운영재원이 부족해지자 ‘경비 절감’이 아닌 ‘2TV의 광고 수입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시정을 권고했다. 2TV의 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은 지난 2002년 44.4%로 민영방송인 SBS(40.8%)보다 높았다.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는 “2TV뿐 아니라 광고가 없는 1TV도 각종 협찬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측은 “수신료 현실화에 앞서 방만한 조직 운영을 개선하고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구조조정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후 수신료를 적정 수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KBS 사장에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신동흔기자 [email protected] )

(최승현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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