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파산´ 경고등 켜졌다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았던 A씨(59). 3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이었다. 월평균 500만원가량의 수입이 있었고 퇴직금도 2억여 원이 보장돼 있었다. 두 딸은 이미 출가한 상태였고 신도시에 35평짜리 집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그는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A씨는 "퇴직하고 할 일이 없 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선택한 사업이 6개월 만에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며 "1년 도 안되는 사업 적자기간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계구조가 취약할 줄 몰랐다 "고 말했다.
A씨가 선택한 사업은 찜질방. 3년 전만 해도 시장에 처음 선을 보이는 사업이 라 전망이 좋다고 소문났고 공동투자라 위험부담도 작았다. 그는 은행예금과 퇴직금을 담보로 5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주변에 다른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 면서 적자가 시작됐다.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는 늘어났지만 갚을 길이 없었다 . 집도 팔았고 적금도 깼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현재 그는 파산신청을 위해 서류를 준비중이다.
A씨 같은 월 3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이 순식간에 쓰러지고 있다.전국 각급 지방법원에는 고소득 직종군으로 분류됐던 의사, 변호사, 방송국PD, 목사, 헬기조종사 등이 빚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또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 례가 이어지고 있다.
고소득 중산층의 신용불량이 증가 추세다. 이 때문에 머지않아 평균적 중산층 가정에도 ´파산위험´의 경고등이 들어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적어도 ´신용 불량자=저소득층´의 등식은 깨졌다는 얘기다.
A씨 같은 파산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매일경제는 3월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 서초동 주변의 변호사 사무실, 법무사 사무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파 산상태에 놓인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산자 또는 개인회생제 신청자 중에는 놀랍게도 헬기조종사, 목사, 의사, 방 송국PD, 증권사 간부사원 등 일명 ´고소득 직종군´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대법원에 작년 접수된 파산자 수는 사상 처음 1만명을 넘어섰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전국민의 15.5%(360만명)가 신용불량이라는 통계를 내놨다. 아직까지 잠 재적 파산자들이 한국사회에 넘쳐난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중산층 파산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은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 ´ 정도로는 우리 사회의 가계부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리라는 점을 시사 하고 있다.
실제 매일경제가 파산 또는 개인회생제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네티즌 2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파산 전 가족이 벌었던 최대 소득수준´을 묻는 질문에 월 4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렸던 고소득자가 6%(213명 중 13명)에 달했다. 200만원 이상을 벌었다는 사람들 총계는 23.47%(50명)였다.
한편 비교적 저소득자로 분류할 수 있는 ´100만~200만원´으로 응답한 이들이 5 5.39%(118명)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이하´를 벌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21.12 %(43명)였다.[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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