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날 재벌 앞에서 썩은 빗자루 한계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9개월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국민의 대대적인 성원을 받으며 날카로운 사정의 칼날을 과감히 빼든 수사였지만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대기업들에 대한 처벌 결과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데요. 검찰의 대기업에 대한 처벌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조승현 교수
-오늘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서 재벌에 대한 수사결과도 나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총평을 할 수 있나.
“정경 유착의 부패 사슬을 근본적으로 끊는 데 실패했다. 정치권 부분은 어느 정도 강도 높게 수사했고, 상당히 많은 정치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재벌 쪽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도 재벌들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면 항상 반성하면서도 역시 다시 분위기가 달라지면 불법적인 정치 자금을 갖다 주지 않았나.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법대로 구속을 시켰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은 것은 결국 봐 준 거다.”
-재벌 수사에 면죄부를 준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개입한 흔적이 전혀 없다, 모른다는 건데 엄밀한 법적용을 했을 때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엄밀한 법적용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정반대다. 재벌에 대한 법집행에서 사정당국은 늘 엄포만 놓았을 뿐 결과는 항상 관대했다. 이번에도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역시 재벌은 다르구나하는 일종의 법 허무주의를 느끼게 한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 결과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재벌과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정치권보다 더 많이 봐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검찰의 명분은 뭔가.
“구속사유가 되는데 구속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 혹은 입건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총수들에 대한 구속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런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서 중범죄자를 면책할 수 있다는 법조항은 없다. 결과적으로 직무 유기다.
그간 검찰이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매서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국민들이 그에 대해 뭔가 기대를 가지지 않았나. 그런데 그 칼날이 대재벌 총수 앞에만 가면 썩은 빗자루로 변해버리는 것 같다. 검찰이 재벌 총수들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나약해 지는지 참 이상하기도 하고, 심하게 말하면 불쌍하기 조차 하다.”
-재벌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참여연대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는 독립했지만 경제 권력에는 굴복했다’는 평가를 했는데. 동의하나.
“재미있는 표현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안대희 중수부장 발표의 일문일답을 보면 채권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인데, 그 돈을 직접 전달한 이학수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남의 재산이라고 해놓고 남의 재산을 자기 멋대로 가져다 정치권에 준 이학수 부회장만 입건됐는데.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고, 거기에 부합한 수사결과를 내놨을 것이다. 일종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다. 봐주려면 뭔가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고, 개인재산으로 봐서 그런 식으로 마무리 하고, 불구속 입건을 하는 정도로 타협을 한 것 같다. 국민들 입장에선 그것 자체가 의혹이다.”
-검찰의 칼날이 정치권 보다 재벌에 대해서 무디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나.
“검찰은 재벌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그래왔다. 언론에서 자꾸 떠들면 엄포를 놨다가 법집행 단계에서는 유야무야 무딘 칼자루가 되든가 썩은 자루가 되는 식으로 포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법적 상식이나 법 감정이 우리 보통 법학자들이나 일반 국민들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 특히 돈 많은 사람들 앞에 가면 뭔가 주눅이 들거나 법적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막대한 사법권을 행사하는 검찰이 경제권력 내지는 기업인 앞에서 솜방망이가 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가장 근본적인 것은 검찰이 철저하게 권력과 돈으로부터 독립돼서 장인 정신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고, 검찰 스스로 자기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것들을 떨쳐 버리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검찰로 태어나야겠다고 하는 자성이 필요하다.”
-지난 전두환 노태우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기업 총수들이 수사를 받지 않았나. 그때는 재벌 총수들을 소환하기도 하고 기소도 했었는데 이번 수사는 그 때보다 못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그래도 그 때는 재벌 총수도 많이 불려 다니고, 상당히 강도 높게 수사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총수들이 직접 가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보다 더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까.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봐야 한다. 또 분위기가 달라지면 재벌 쪽에서는 뭔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할 사항도 있고, 그러다 보면 자꾸 로비를 하려고 할 것 아닌가. 분위기가 좋아지면 언제든지 경쟁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자금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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