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법관님
조국 대한민국의 한 시대 최고 지성이시고 최고 판관이신 대법관님께 무한한 존경의 말씀과 경의를 표합니다. 이는 비록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질서가 있고 제대로 된 민주사회국가에서는 당연한 일로, 온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시정의 장삼이사(張三李四)에 지나지 않는 천학 무식한 사람이 글월을 드림은 스스로 생각하여도 외람됨을 아오나, 한줄기 조국에 대한 충정으로 이해하고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는 5월 31일 제 16대 대통령 선거무효 소송에 대한 선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비록 범부(凡夫)오나 뛰는 가슴 억제하지 못하는 설레임으로, 명판결에 대한 가슴벅찬 기대감, 헌재에서 당한 허무한 배신감의 만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을 함께 담아 글월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조국 자유대한민국이 어떻게 5,000년의 역사를 이어왔습니까? 천학무식한 시정잡배에 지나지 않는 자가 얼마나 알겠습니까만, 잠깐 짚어보고자 합니다.
임진․정유왜란에 이어 병자호란의 혹독한 침탈을 겪고도 이 나라는 독립국가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양 대란 이 후, 다시 200년 흘러 주권 뺏기기를 34년 11개월, 동족상잔의 3년 전쟁. 폐허가 된 국토. 가진 자원하나 없는 나라…. 이러한 나쁘다는 조건은 다 가지고도 조국 자유대한은 세계사속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세계 사가(史家)들은 저마다 의구심을 표합니다. 그 어려움 속에 나라가 유지되어온 힘은 무엇이고 오늘 세계속의 한국은 어떻게 성립되었는가를. 그러나 우리들은 잘 압니다. 오늘의 조국이 있기 까지는 수많은 선열들의 자기희생적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과문합니다만, 국보 132호 라던가요? 서예 유성용 선생은 그의 임진왜란 기록서인 「징비록(懲毖錄)」마지막 부분에서 말씀하십니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은 우리가 이긴 전쟁이다. 그러나 이것은 임금이 잘나서도 아니고, 어느 장군이 잘나서도 아니라 오직 이름 없는 민초들의 힘으로 이긴 것이다』
한 가지 느낀 바 있어 잠깐 인용하여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 보면 역사의 큰 물줄기는, 항상 최고 통치자만이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댐의 물막이 용벽도 바늘구멍 같은 작은 틈새가 불씨가 되어 무너질 수 있듯이,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민초들이, 그때그때 중요한 고비마다 역사의 물꼬를 돌린 경우가 역사에는 허다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5월 31일 선고하실 제16대 대통령 선거무효 소송 은 바로 이와 같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언론과 지식은 그룹에서 철저히 무시되고 외면되어온,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바로 이름 없는 민초가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를 돌리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여기서 잠깐 오늘 조국의 현실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을 기각한 후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군 4,000명 감축을 통보하더니 급기야는 아예 1,000명만 남기고 철군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에 따라 오늘 아침신문(5월 21일)은 국방비 예산 17%이상 편성 이라는 사실을 보도합니다.
5,000년 이어온 자유 대한민국의 운명은 실로 바람 앞의 등잔과도 같은 위기입니다. 며칠 전에는 국토수호를 위한 최고 사관생을 지휘하시던 3성 장군께서 자결 하셨습니다. 『죽음으로 조국을 지켜라』고 하시던 장군님의 자결을, 역사의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어용언론들은 일반 시정잡배들의 죽음과 동일하게 보도하였으나, 저는 믿습니다. 장군님의 자결은 그러한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을사조약 이 후 통분하여 자결한 민영환 시종무관장, 왜적의 곡식을 입에 넣을 수 없다시며 곡기를 끊어 순절하신 면암 최익현 선생, 안중근 의사의 의연한 결행… 먼 훈날 사가(史家) 들은 장군의 자진(自盡)을 이들의 죽음과 같은 대열에 기록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노장군님의 죽음은 무엇 때문입니까? 여기서 장군님의 유언을 인용 함으로 답하겠습니다.『헌법을 유린해도 헌법을 지켜내지 못한 얼빠진 법관들을 보고 항의표시로 얼마 남지 않는 목숨을 국가에 바친다』라고 하셨습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지하시다 싶이 원고 측의 변호사님 면면을 보면 세간의 칭송이 오히려 부끄러울 일입니다. 명분 없는 일이라면, 사회정의가 아니라면, 어떤 변호도 하시지 않을 어르신들께서, 흔쾌히 이 사건 변호를 맡으셨습니다. 만일 원고의 주장에 타당성이 결여된 것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래도 이 사건 변론을 하셨겠는가? 그것도 무료변론을! 여기서 세간의 지식인은 이미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존경하는 대법관님
일개 필부의 짧은 글 이제 마쳐야겠습니다. 불과 며칠 후면 제 16대 대통령 선거 무효소송의 대장정을 마치고 선고를 하실 날입니다.
무엇이 조국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정의인가를 한없이 한없이 고뇌하셨을 네 분 대법관님의 충정에 깊은 감사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또한 믿습니다.
후일 사가(史家)들이 「그때 이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그 판결문은 이러이러 하였는데… 만일 그 때 판결을 이렇게 하였다면 오늘 조국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어있지는 않을 것을」하고 통탄할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을!
비록 배움 짧으나 역사에서 가정은 금물이라는 것을 들은 듯 합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연개소문 아들 3형제가 불화(不和)하여 고구려를 들어 신라에 항복하는 장면을 읽을 때면 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고 책을 찢어버리고 싶다고 하신 일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법관님.
저는 믿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조국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믿습니다. 오직 대법관님들의 정의로운 판결만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조국을 살릴 것임을!
그리고 그 명판결은 유구한 대한의 역사와 함께 영원할 것이고, 그날 그 판결을 하여 조국을 살린 네 분의 명판관은 누구누구라고… 사가들은 자랑스럽게 기록 할 것입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한 번의 아픔으로 조국이 새롭게 나아간다면 이 또한 우리 민족의 자랑이라 하겠습니다.
草芥같은 凡夫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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