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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기피´ 무죄…병력수급 ‘빨간불’

법원 “병역법상 양심적 기피는 정당”

국방부 “병역의무 규정은 없어지나?”
2004-05-21 11:48:25

종교적 이유로 인한 병역 기피자 3명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군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력수급 문제에 또 하나의 악재로 떠오를 전망이다.

2002년 1월 “대체복무를 통한 양심 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심판 제청을 했던 서울남부지법은 21일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22)씨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는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해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 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해 6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연간 징병인원 30만여명의 0.2%에 불과해 국가 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하고 국가를 위해 군인이 필요하다 해도 모든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는 없으며 대체복무제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고의적 병역기피자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에 명시된 병역의무규정과 충돌되는 문제인데,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병역의무는 없어지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종교적 문제를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국가존재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국민을 보다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게 해주기 위해 군이 필요한 것이고 군을 유지하기 위해 병역의무를 부과한 것이므로 병역거부의 자유도 국가존재이유를 거부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역기피자들이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인데,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여호와의 증인으로 종교를 바꾸거나 많은 젊은이들이 병역기피를 신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또 이번 판결은 특정종교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는 안보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보았는데, 군과 관련된 정보수집이나 분석은 기밀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에는 비공개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임에도 정확한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런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엄병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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