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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수입에 열올리는 대기업들
자동차·의류 등 경쟁치열… 심지어 초콜릿도 수입
기술개발 외면 비관 높아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수입자동차, 명품의류, 심지어 초콜릿 수입 사업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기존 사업은 꾸준한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이 필요하고 수익을 내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해외명품 수입에 뛰어들면 당장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사업에선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업체들의 대리전’을 떠맡는 양상을 보이는 등 지나친 수입경쟁으로 인해 해외업체들만 살찌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금 수입 자동차 시장은 재벌들의 대리전 양상이다. ㈜두산의 상사BG(비즈니스그룹)가 설립한 수입차 판매업체인 ㈜두산모터스는 20일 서울 청담동에 ‘혼다 카 두산’ 1호점을 열고 본격적인 혼다 수입차 판매에 들어갔다. 효성그룹은 오는 24일 서울 서초동에 수입차 판매 전시장인 ‘벤츠타워’를 설립하고, 영업에 들어간다. 효성은 작년 말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서울지역 판매권을 획득했다.

이에 앞서 SK그룹은 작년 하반기 서울 서초구에 미국산 다임러크라이슬러 차량을 판매하는 ‘SK모터스 반포전시장’을 개설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입차 판매사업에 뛰어들자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판매권을 주는 대가로 과도한 초기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 뛰어든 효성과 일진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혼다가 수입차 전시장은 물론 대규모의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한꺼번에 설립하라는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전시장과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동시에 설립하려면 최소 100억원이 넘는 초기 비용이 든다. 이는 그동안 수입차 업체들이 판매를 먼저 시작해 벌어들인 돈으로 나중에 대규모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짓는 관행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효성과 일진의 경우 과도한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5년은 지나야 한다”며 “수입차 사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무리가 외국 자동차 업체들만 살찌우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제일모직에서 이세이미야케·플리츠플리츠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직수입하고 있으며, SK네트웍스 역시 미국의 유명 캐주얼 브랜드인 ‘토미 힐피거’ 등을 직수입하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최근 FnC코오롱, HBC코오롱, 코오롱패션 등 주요 계열사를 총동원해 ‘럭셔리’(Luxury·명품)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품목도 패션의류 외에 자동차, 초콜릿, 고급 오디오 등 전 분야에 걸치고 있다.

MPI컨설팅 최현호 이사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선진패션 그룹의 유통 시스템을 배워 국내 패션산업에 접목시키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기업들이 당장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든 측면이 있겠지만, 우리 경제의 근간인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외면하고 손쉽게 돈버는 분야로 달려가는 것은 문제”라면서 “주력 산업이나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기업들이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호기자 [email protected] ) (이인열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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