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땅은 둘이 아니다. 그러니 제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몸에 좋다.”

제 땅에서 나는 것이란, 자신이 사는 곳에서 10理 이내에서 나는 것을 말한다고도 들었다.

여기까지가 원래 의미로 봐야 한다.

결국 사는 곳을 벗어나지 말라는 지극히 농본주의적인 표현인데,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게,

낯선 지방의 물을 먹으면 배탈이나 설사가 나는 것처럼

평소 식습관에 익지 않은 외지의 것을 섭취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보면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야비한 게

사람의 거주지를 고착시켜놓지 않으면 조세징수와 병역징집이 곤란하니까

유랑민을 없애기 위한 통치논리 같은 냄새도 난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 와서 이런 말이 유행한 게

농산물 수입개방을 앞에 우리 농민을 살릴 용한 케치프레이즈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어디서 뒤져서 용이하게 수입농산물 소비를 막을 국민 켐페인으로 유행시킨 용어?

그것이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런데, 요즈음 이를 음미해보면, 지극히 지역주의적인 냄새가 난다.

주로 특정지역 출신자들의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우리’농산물 최고라는 식인데

자세히 구분해보면 특정지역 농산물에 “우리”농산물이라며 유독 ‘우리’를 들먹이면서

특정지역 아닌 ‘우리(?)’농산물에 대하여는 희한하게도 ‘우리’라는 표현을 별로 안 하더라는 거다.

거저 “싸네” 정도로 선택기준을 들먹일 정도이더라는 거다.

그래서 이러한 희한한 논리정서에 희한한 반증을 들먹이면 어떻게 될까?

가령, 북한 신의주 사람에게 전남 해남 쌀과 중국 단동 쌀 중에서 어느 것이 ‘신토불이’일까?

지척에 있는 단동과 2천리 떨어진 해남? 게다가 단동은 우리 고구려의 옛 땅 아닌가?

만일 우리나라 어떤 지역이 분리독립되면 이 또한 신토불이에 해당이 되나?

아직도 내 돈 주고 사먹기엔 너무 비싼 한우고기를 신토불이 논리로 들먹이는 부류가 있어

미국 소고기나 겨우 사먹어 보는 처지에서 써본 것이니, 그리 개의치 말기 바란다.

참고로 우유가 왜 신선식품일까? 정말 신선하다면 다른 식품은 신선하지 않다는 걸까?

생각건대, 우유광고에 수십 년 동안 “신선한~~우유”라고 들먹인 데서 중독된 현상 아닐까?

오늘 저녁에 신선한 라면 잘 먹고 휘갈겨 본 소리니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