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출신 서울시 의회의원들 오세훈 시장 허수아비 만들어
서해 뱃길 사업도 "전면 중단하라" 결의…
市조직 개편안 3개월만에 겨우 통과

추석(秋夕)이 다가왔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 주요 간부들은 명절 분위기를 즐길 기분이 아니다. 6·2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뀐 서울시의회가 집요하게 오 시장이 추진하려던 정책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시의회는 오 시장이 "재의(再議)해 달라"며 돌려보낸 서울광장 사용 조례 개정안을 재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서 그동안 금지했던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의회는 오 시장의 대표 브랜드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사업인 서해 뱃길과 서울항 조성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오 시장은 최근 시의회 상임위 위원들과 돌아가며 만찬을 가지는 등 소통과 대화로 '사면야가(四面野歌)' 정국을 돌파해보려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이날 시의회 결정은 이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서울광장 집회·시위 허용 개정안 재의결

서울시의회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신고만 하면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재의결했다. 표결을 통해 전체 의원 114명 중 재석 의원 110명 중 80명 찬성, 28명 반대,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시의원은 민주당이 79명, 한나라당 27명, 무소속(교육의원)이 8명이다.

이 안건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13일 의결했으나 오 시장은 "법적으로나 운영상으로 문제가 많으니 공청회를 거쳐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히 논의하자"며 재의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재의 요구를 일축했고, 이날 본회의에서 다시 통과시켰다.

오 시장은 되돌아온 조례 개정안을 이송된 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아니면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시의회와 법정으로 갈 경우 당장 내년 예산 협의와 행정 사무감사를 앞두고 있어 시 입장에서는 부담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시의회가) 시민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즉각 법원에 제소하라"고 촉구하는 등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을 재의결했지만,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위원 15명 중 외부위원 12명 전원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도록 한 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이는 "광장 사용수리 여부 및 경합시 신고처리 등을 심의해 사실상 실무적 집행기능을 행사할 경우, 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시의 비판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서해 뱃길 및 '한강 르네상스' 사업 중단 압력

민주당 의원들은 시가 지난 2월부터 시행해온 양화대교 철거 공사를 중단하고 원상 복귀하라는 결의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지금 중단하면 이미 사용한 145억원과 원상복구 비용 27억원 등 예산 172억원을 그냥 날려보내게 된다"는 비판을 수용, 한발 물러나 사실상 공사 재개에 동의했다. 시 관계자는 "조만간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해 뱃길 및 서울항 조성사업 등의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오 시장의 중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핵심 사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 한강과 인천을 잇는 경인 아라뱃길 15㎞를 잇는 '서해 비단뱃길'을 조성하고 여의도(2012년) 한강공원과 용산(2016년)에 국제연안 터미널을 지어 관광유람선을 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이 사업에 대한 원천 봉쇄를 선언한 셈이다.

◆서울시 조직개편안 석 달만에 통과

시의회는 시 조직을 현재 '1실 5본부 8국'에서 '1실 8본부 5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석 달만에 통과시켰다. 사실 이 개편안은 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인 지난 6월 11일 의회에 올렸으나, 지난 7월 열린 임시회에서 아예 상정을 보류했고, 지난달 임시회에서 부결시켜 오 시장의 애를 태웠다.

오 시장의 민선 5기 공약을 집행하려던 조직 개편안의 승인이 늦어짐에 따라 오 시장의 새 구상은 3개월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미 예고된 조직 개편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공무원들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이어왔다. 이번 개편으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와 문화국 등을 합친 문화관광디자인본부가 생기고, 복지국은 복지건강본부로 커지며, 경영기획실은 기획조정실, 경쟁력강화본부는 경제진흥본부로 각각 바뀐다.

시의회는 초·중·고교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조례 개정안은 일단 보류했다. 오 시장이 제안하는 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이 없는 '3무(無) 학교'와 친환경 무상급식 등 교육 현안을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무상급식 조례를 밀어붙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반면, 오 시장은 '3무 학교'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