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헌법재판소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공석 중인 헌재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임명 부결된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밀고가려고 하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헌재 재판관 전원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

은 처음 있는 일이다.

◇헌재, 靑 주장 납득 못 해

이날 발표문은 현재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을 뫃은 것이고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도 포함되어 있다. 재판관 회의에서는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가 나왔지만 강도를 낮춰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간담회는 다른 재판관들이 김이수 권한대행에게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관계자는 "김 권한대행은 재판관 회의를 주재했고, 발표하라는 지시도 직접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김이수 권한대행도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이 되었다.

헌재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당수 재판관은 청와대가 지난 10일 김이수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납득할 수 없는 얘기' 란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헌재 재판관들은 청와대가 이 같은 발표를 하면서 지난달 18일 열린 재판관 간담회 결과를 '대행체제 유지'의 근거로 삼은 것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당시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수행에 동의했다"고 발표하였는데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새 헌재소장이 오기 전까지 임시로 김이수 재판관이 대행을 맡는다는 뜻으로 동의한 것이지, 내년 9월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는 것에 동의한 게 아니라는 게 재판관들의 일치된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이날 입장을 낸 데는 지난 13일 헌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도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문제로 국감까지 파행하자 재판관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는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들은 "헌재 국감이 파행한 다음 날인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김 재판관에게 사과↓한다며 김 재판관의 대행직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것도 재판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野 "당연한 우려", 與 "대행 체제는 法 따른 것"

헌재의 입장 표명에 야당들은 일제히 "재판관들의 고민과 우려를 존중한다"며 "대통령은 하루빨리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재판관들의 입장과 같이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국회가 납득할 수 있는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궤변으로 일관하는지는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가최고기관으로서 헌재의 위상과 역할을 봤을 때 재판관들의 우려는 당연하다"며 ↓"문 대통령은 대행체제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는 아집이 헌재의 위상과 삼권분립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박정하 바른정당 대변인은 "헌법재판소의 유례 없는 반발은 대통령이 자초한 것으로, 사법 장악 의도를 노골화했던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1차 책임이 있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를 둘러싼 입법 미비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청와대 입장은 헌재소장 임기 관련 입법적 미비를 해결할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를 이어간다는 것"이라며 "권한대행 체제도 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 법무부 국감에서도 '김이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김 대행은 청와대가 소장 대행을 인정한 게 아니라 헌재법과 규칙에 따라 (재판관 회의를 거쳐) 대행으로 임명돼 하자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헌재 소장 임명안이 부결된 사람이 대행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