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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의원 진술] "이회창 20만불說,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제보"
작년 4월 ‘최규선 게이트’ 당시 “이회창(李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2001년 12월 윤여준(尹汝雋·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최규선(崔圭善)씨의 돈 20만달러(2억5000만원)를 받았다”고 폭로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제보자는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인 김현섭(金賢燮)씨”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은 당시 폭로가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측이 기획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설 의원은 2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같이 말하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제보이므로 상당한 근거를 가진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설 의원은 “과거에도 청와대측에서 제보를 해줘 발표한 적이 있었고, 그 때마다 거의 100% 사실이었다”며 “청와대에서 확인 안 된 사실이나 거짓정보를 준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의 기획 폭로가 이번 사건 말고도 수차례 더 있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설 의원은 “당시 김 비서관과 통화 후 보도자료를 팩스로 받아 양식만 바꿔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언론용 보도자료 작성에도 청와대측이 직접 개입했음을 공개했다. 설 의원은 이어 “지난해 4월 19일 기자회견을 하던 날 아침 김 전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김희완(金熙完)씨가 제보했다면서 내용을 전해줬다”며 “김 전 비서관에게서 ‘최규선씨가 윤여준 의원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해둔 테이프가 있으며 필요할 경우 최씨의 친척인 이모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로 녹음내용을 듣거나 테이프를 확보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후 사실 확인을 위해서 이 전 총재의 방미 당시 신문과 인터넷 내용을 확인해 보니 날짜와 키신저를 만났다는 내용이 있어 제보 사실을 믿었고, 지금도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불확실한 내용이었다면 (김 비서관이) 면책특권이 있는 의회에서 발언을 하라고 주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나의 기자회견 후 김희완씨가 후속 기자회견을 약속했지만, 김씨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약속을 번복하고 4월 20일께 잠적해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인 김현섭 전 비서관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설 의원이 그렇게 말했다면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특수2부는 설 의원 기소 당시 “최규선씨 등 관련자 소환조사, 금융기관의 환전기록과 외환전표 등을 정밀 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설 의원 주장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 方顯哲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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