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달러 수수’ 폭로과정 명백히 밝히라
설훈 민주당 의원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20만달러 수수설’을 폭로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설 의원은 최근 재판과정에서 이 의혹을 제보한 사람이 김현섭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고 밝힌 데 이어, 폭로 기자회견 다음날 그가 김 전 비서관,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만난 자리에 김한정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동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정황만을 놓고 설 의원의 폭로가 당시 청와대의 정치공작적 기획폭로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폭로과정에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름이 여럿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청와대의 정치적 불개입 선언의 진실성은 의심받기 충분하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면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정치에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이런 중립 의지는 구두선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설 의원이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하기 앞서 이 전 총재의 ‘빌라게이트’를 폭로한 과정에도 청와대 관여설이 나오는 실정이다.
비록 대선은 끝났지만 이번 사건의 진실은 명백히 들추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정치가 더는 활개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관련 당사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우선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 전 비서관은 즉각 귀국해서 전후 사정을 소상히 밝힐 책임이 있다. 그것이 한때 국가의 녹을 받으며 공복으로 일했던 사람으로서 취해야 할 마땅한 자세다.
검찰은 애초 이 사건의 수사범위를 명예훼손 여부에만 한정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명백한 한계를 보였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할 경우 한나라당 등에서 별도의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형식을 밟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20만달러 수수설 폭로 경위뿐 아니라 ‘본체’에 해당하는 이 의혹의 진위를 명백히 가리기 위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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