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은 후세인의 동상에 관한 글이 많았습니다. 동상은 인류와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분들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하여 후세 사람들이 세우는 것이 범례입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의 에이브러험 링컨이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분들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동상을 만드는 것은 흔히 볼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살아있는 동안에 만들어 졌다가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때 군중들에 의해 철거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의 시조라고 불리는 단군의 동상이 훼손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동상은 주로 독재 국가에서 독재자(또는 그의 추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동상도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독재 국가에 있어 동상이 허물어 진다는 것은 곧 독재자의 몰락을 뜻합니다. 독재 정권이 무너져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독재자의 탄압과 억압에서 해방된 민중들이 분노의 표출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독재자의 동상을 무너트리고 부수는 일입니다. 그만큼 죽이고 싶도록 미웠던 감정의 표시입니다. 미운 사람을 생각하며 방망이를 두드리는 두더지 잡기란 오락이 한때 인기가 있었던 이유도 이와 흡사한 감정일 것입니다. 동상이 쓰러졌다는 것은 독재자로부터의 민중 해방을 말합니다.
독재 국가에서 동상을 세우는 일은 민중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고 존경심을 고취시켜 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위정자들의 정치기술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동상이 가장 많았던 곳이 북한입니다. 김일성이 살아있는 동안에도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지만 김일성이 죽고난 후에는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마을마다 없는 곳이 없습니다. 만경대 앞의 금장으로 만들어진 김일성의 동상은 우리도 언론을 통해 간혹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운동좀 한다는 사람들이 김일성 동상에 가서 절을 하고 참배하는 동상이 바로 만경대 앞에 세워진 동상입니다. 촛불시위를 앞에서 주도한 범대위의 사람도 이 동상앞에 가서 절을 했던 인물입니다.
북한에는 김일성의 동상 말고도 유명한 조형물이 있는데 바로 주체사상 탑입니다. 아무리 정전이 되어도 이 주체사상탑(주사탑) 꼭대기에 있는 붉은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만약 주사탑의 불이 꺼지면 난리가 납니다. 그 담당 지도원은 물론 사고를 일으킨 주사탑과 연관된 사람들은 곤욕을 치룹니다. 중국 국경에서도 건너 보이는 북한의 주사탑의 붉은 불빛을 볼 수 있습니다. 주사탑은 가장 높은 지역에 가장 높은 조형물로 만들어 집니다.
언젠가 북한의 고위 관리(차관급)와 제3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란히 앉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으나 북한의 지도원이 좌석 배치(북한에서는 안배라고 합니다)를 잘못하여 우연히 생긴 일입니다. 우리 두사람은 평소에도 친분이 있었으므로 남들이 있는 곳에서도 어지간한 농담을 주고 받던 사이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한참을 지났을 때 북한의 경제와 식량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만일 우리의 옆자리에 지도원이 앉아 있었다면 할 수 없는 얘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식량 지원에 대하여 북한의 관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쪽에서 줄려면 그저 화끈하게 줄것이지 무슨 단서가 그렇게 많고 조건이 많은지 모르겠다. 조건 달지말고 도와 줄려면 무조건 도와 주라! 우리도 사람인데 고마움을 모를리 있겠나?"하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고마움이 핵으로 나타난것입니다. 그때 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위원장 동지! 그러지 말고 주사탑과 수령님 동상을 다 철거해서 녹이면 그것만으로도 식량 조달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했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내 무릎을 두어번 치더니 그 손을 입에 가져가서 아예 그런말 하지 말라는 싸인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하도 공짜로 달라는 것이 많아서 골탕을 먹이려고 한 익살인데 일단은 성공은 하였다고 봅니다. 그만큼 북한에는 주사탑과 김일성의 동상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에도 이라크의 후세인 동상이 허물어 지듯 김일성의 동상이 하루빨리 무너져 내리고 북한의 인민들이 밧줄로 끌어내려 짓밟는 자유와 해방의 기쁜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동상이 쓰러지면 북한에도 자유와 평화가 찾아 옵니다.
좋은 밤 맞으십시요!
2003.04.11.
솔방울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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