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소년들의 비극
여러분, 이 글을 읽으신 후 생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통일이 되고 나면, 남한의 아이들과 북한의 아이들 중
어느 쪽에서 더 위대한 인물이 (박정희 대통령 같은) 나올 가능성이
많겠습니까 ?
그래서 저는 이 아이들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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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역전으로 나가 보았다.
역전을 향해 얼마를 걷자니 길옆 노점 좌판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남자 아이가 하나 보였다. 힘없이 길가에 거의 누워 있는 소년을 보자, 옆에 있는 빵장수 아주머니에게 말을 붙였다.
“이 아인 왜 이렇게 누워 있나요?”
주위에선 그 아이를 ‘명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주 똑똑한 아이인데 부모가 없다고 하였다.
“ 명성아 명성아, 일어나라. 중국 어머니가 빵 사줄 테다.”
마치 내 중국에 두고 온 내 아이와 같은 생각이 들어 그를 흔들어 일깨웠다.
“.......”
“얘야, 중국 큰어머니가 빵 사줄테니 어서 일어나거라. ”
“ 중국어머니, 감사합니다.”
나는 밀가루로 만든 누런 빵 하나를 그의 손에 쥐어주고 나서 말을 시켜 보았다.
“ 명성아, 너도 어서 일어나 다른 아이들 처럼 남의것 빼앗아 먹어야지? ”
“ 그러면 안됩니다. 남의것 빼앗아 먹으면 나쁜 사람이예요.”
아, 그래도 조선의 아이들 양심은 살아 있구나!
“ 명성아, 그래도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 먹지 않으면 네가 죽는단다. ”
명성이는,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는지 조용해졌다. 빵을 받아들고 눈물 흘리고있는 명성이를 지켜보자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밀가루로 만든 시커먼 빵 하나에 조선돈 오 원씩 하는 것을 명성이에게 몇 개를 더 사주었다. 할 수만 있으면 이 장마당에 있는 것을 모두 풀어서 명성이와 같은 아이들에게라도 나누어주고 싶었다. 명성이와 헤어져 돌아서던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금 조선의 아이들은 길에서 혹 강냉이 한 알이 땅에 떨어져도 그걸 주어 입에 넣고 있었다. 워낙 농사가 편벽한 곳인데다 벌써 3년 째 내리 무더기비(홍수) 피해를 입다 보니, 산에는 제대로 자라는 푸른 소나무 한 그루, 실한(잘 자란) 풀 한 포기 조차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氣)가 쇠한 조선에는 모든 것이 다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듯 했다. 아이들도 실제 나이보다 3-4살은 작아 보였다. 그래도 말을 시켜 보면 아이들은 모두 똑똑 하였다.
나는 또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 너희 엄마는 어디 계시니 ? ”
“ 어머니는 굶어 죽었어요 ! ”
“ 그럼, 아버지는? ”
“ 아버지도 굶어 죽었어요...”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주위를 돌아보자, ‘꽃제비’(부모 잃고 유리걸식하는 어린 아이들)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내 자식과도 같은 저 조선의 어린이들이 말라 비틀어져 죽어 가고 있는 모습... 이게 무슨 변고인지...
“ 얘들아, 국수 먹을 사람 이곳으로 다 모여라.”
나는 아이들을 향해 조그맣게 그러나 힘차게 말했다.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국수를 말아 파는 좌판 앞에 7-8명 남짓이 순식간에 모여 들었다.
“저 아이들에게 국수 한 그릇씩을 말아 줘요.”
국수 파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이들은 얼마나 굶주렸는지 국수그릇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게는 감추듯 먹어 치웠다. 국수를 먹고 난 아이들은 모두 내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얘야, 너희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 가셨니? ”
한 아이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 다 굶어 죽었어요......”
대답은 어느 아이에게나 판에 박은 듯 했다.
이 대명천지에, 지상낙원이라고 부르짖던 이 조선 땅에서 먹을게 없어 아이들이 떠돌아 다니다가 굶어 죽다니... ... 나는 지금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목격하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꽃제비’ 아이들에게 한 개의 빵이라도 손에 쥐어 주려고 애를 썼다.
“ 누님, 누군 사주고 누군 지나치겠소? 오늘 가지고 있는 그 돈을 다 쓴다한들 무슨 표시가 나겠습니까 ? ”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동생이 말했다.
“ 아니다. 굶는 사람들을 많이 도와 주어야 한다. 이 돈을 남겨서 중국으로 가져가서는 안된다. 그 분이 당부하셨어 ! ”
동생은 내 결심이 굳은 것을 알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시장에서 만난 꽃제비 아이들은, 실지는 모두 똑똑한 아이들 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부실한 아이들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 조금만 관심을 보일라 치면 모두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 치레를 잘들도 했다.
역전에 거의 이르자,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광경을 또 보고 말았다.
“엄마야 - 같이 가자. 엄마야 - 같이 가자...”
뼈만 앙상한 지치고 지쳐빠진 한 여인이, 네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길가에 지금 막 버려두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지고 있었다. 힘없는 그 여인은 걸음조차 정상인이 아닌듯 싶었다.
나는 멀어져 가는 그 여인의 뒷모습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문채 돌처럼 몸이 굳고 말았다. 아이는 어머니를 부르면서 계속 울고 있었지만, 그저 눈길만 줄 뿐, 누구 한 사람 아이 손을 잡아 주는 이가 없었다. 기가 딱 막혔다. 그러나 얼마나 허기에 지쳐 있었는지, 아이는 일어나 걸을 만한 힘도 없었다.
순간, 나는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중국으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부질없는 생각이다. 야속한 국경선이 저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눈을 부라리고 있지않은가. 나는 지금 죽어 가는 이 아이에게, 아니 내 동족에게 내 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줄 수 없으니 그저 나오느니 한숨이요, 눈물 뿐이었다.
역전을 벗어나 동생집에 거의 이르자, 열 살 쯤 돼 보이는 소년과 마주쳤다. 소년의 말에 의하면 부모가 모두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병들어 죽었다는 것이다. 소년의 복장은 비록 남루했지만 아주 영리하고 똑똑해 보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하여도 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유랑소년으로 변했다. 소년은 품속에 있던 무언가를 내게 꺼내 보였다. 붉은 넥타이였다. 붉은 넥타이는 북한 아이들이 등교할 때 늘 자랑스럽게 목에 매는 필수품인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자랑스러운 공산주의자의 후예’임을 밝히는 상징물인 것이다.
“큰어머니, 이 넥타이를 사세요.”
그러면서 소년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아니다. 내겐 소용없다. 네가 간직하고 있거라.”
나는 그 소년에게 조선돈 400원을 쥐어주며 말했다. 그러나 그 소년은 기어이 붉은 넥타이를 나에게 던지듯 주고는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져갔다.
지금도 나는 그 때 소년으로부터 받은 붉은 넥타이를 바라볼 때면 두 눈에선 금새 눈물이 고이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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