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갑자기 돈줄죄기…“배째라’일부 채무자도 문제

	border=0 no="0">

신용불량자가 내년 상반기까지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는 등 한국이 ‘빚으로 골병든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죽음 보다 무섭다’는 빚 독촉으로 부부가 갈라서고 현역 군인이 총 든 강도로 돌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부모와 자식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절제하지 못하고 과도한 빚을 끌어다 쓴 개인들이다. 하지만 수익을 올리기 위해 거리로
나가 미성년을 갓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신용카드를 마구 발급하던 금융회사들이 갑자기 빚 회수에 나선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 안면(顔面)바꾼 은행들 =최근 2년간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개인 대출에 열을 올렸다. 대출 실적이 많은 지점장들에게 인사상 이익을 주고
표창장을 주면서 대출을 독려했다. 과거 대금업체나 신용카드 업체들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급전(急錢) 대출 시장까지 진출했다. ‘따따따 론’이니
“011·017론’ 등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급전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서민층과 젊은 층을 상대로 ‘빚 권하기’에 나섰다. 2000년
말 118조였던 가계대출은 2년 남짓 동안 2배 가까이 늘어 올해 10월 말 현재 212조를 기록했다.

카드 발급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작년 말 8933만장이던 카드는 9개월 만에 1억371만장으로 늘었다. 경제활동인구(2284만)를
감안하면 국민 1인당 4~5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회사들은 갑자기 현금 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돈 줄 죄기’에 나섰다. 급전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카드 서비스 한도를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대출이 많은 고객을 우수고객으로 우대하더니 어느날 ‘잠재적 불량 고객’으로 분류,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나섰다.

요즘 은행의 카드 담당 직원들은 밤 11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고, 휴일도 반납한 채 빚 독촉에 나서고 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신용불량자가 많아 지면서 정부가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줄 것이란 기대감에서 배짱을 부리는 고객이 과거보다 늘어났다”고 말했다.

◆ 죽음보다 무서운 빚 독촉 =금융 기관들은 한 푼의 빚이라도 더 받기 위해 갖은 묘안을 짜내고 있다. 문제는 빚을 받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김모(36)씨는 요즘 빚 3000여만원 때문에 씻을 수 없는 불효(不孝)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시골에
사는 부모님들에게 연체 빚을 갚지 않으면 아들을 사기죄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1500여만원을 연체하고 있는 가정 주부 김모(42)씨는 최근 추심업체 직원들이 친정 아버지를 찾아가 “언제 돈을 갚을 거냐”며 다그치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렀다. “네가 도둑하고 다를 게 뭐가 있냐”는 식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도 숱하게 받았다.

한 신용정보 회사 직원은 불법적인 빚 독촉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7가지를 꼽았다. 모두 형사 처벌을 받는 불법 행위들이다. 특히 본인이 아닌
가족 등 제3자에게 빚진 사실을 알리거나 대신 갚도록 요구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체율을 낮추려는 카드사와 채권 추심회사들은 신용불량자를 옥죄기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행방을 감춘 연체자를 찾기
위해 카드사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채권 추심업체에 제공, 고객 정보가 마구 유출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 폭증하는 민원 =지난 9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민원은 5083건. 작년(2422건) 보다 벌써 2배 이상 늘었다.
99년(993건)에 비하면 3년 만에 5배나 폭증했다. 폭언, 모욕, 협박과 부당 빚독촉 등 사용대금 부당청구가 1100건이 넘었고, 카드사의
부당 채권추심이 466건에 달했다. ‘해결사’ 수준의 빚독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조성목(趙誠穆) 비제도금융 조사팀장은 “소득이 없는데도 빚을 지고 독촉을 당해도 갚을 생각조차 없이 그냥 버티는 채무자도 많다”면서
“그러나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줘놓고는 빚을 떼일 까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금융회사들의 불법 영업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불법 빚 독촉 7대 유형

△가족들에게 협박에 가까운 변제 요구 △집·시골 부모 집에 압류장 보내 가족들에게 망신주기 △새벽 심야 휴일 무차별 전화 압박 △헙박성
문자 메시지 마구 보내 괴롭히기 △사기죄 고발 등 소송 협박 △직장 방문 망신 주기(본인 허락 없이 방문하면 불법) △집 수시 방문해 동네방네
소문내기

 ◆ 카드 관련 민원현황

1999년 933건

2000년 1120건

2001년 2422건

2002년(9월 말) 5083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