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統이 며칠 전 “온통 썩었다.”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 “나도 과거에 乙이라는 입장에서 접대를 했었다.”고 죄상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 말은 과거도 썩었고 지금도 썩었다는 표현일 것이다.

李統의 말씀이 옳다. 과거는 썩었었다. 출세와 성공을 하려면 “빽”이 있어야 했다. 빽이라는 말은 쇠금과 쌀미, 계집여의 합한 한문으로 표기할 수 있다고도 했었다. 이권을 따내기 위해서 뇌물을 주고 승진을 위해서 뇌물을 주었다. 잘 받아먹고 잘 살다가 들통이 나면 감옥에 가서 살면 죄 값은 죄지은 사람이 치르는 세상이었다. 과거의 이러한 부패를 아날로그 부패라고 명명해본다.

그런데 지금의 부패는 부패 당사자들이 죄 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죄 값을 치르는 형태의 부패인 것이다. 이러한 형의 부패를 디지털 부패라고 칭해본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디지털 부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예금주들은 인맥이 있어 큰돈을 맞기고 큰 이자를 받아내기 위한 사람들과 조금씩 모아 잘 살아보겠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한 못 사른 사람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인맥 있는 자들은 원금에 비싼 이자까지 포한하여 모두 인출해가고, 못 사는 개미투자자들만 예금을 못 찾았다.

사건의 발단 과정은 이렇게 볼 수 있다.

저축은행의 핵심간부들은 부실 혹은 유령회사에 돈을 빌려준다. 부실을 몰라서였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리 짜고 대출액을 나누어 먹자는 커넥션이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핵심간부들은 저축은행 가짜 고객을 등장시켜 자기 저축은행 털이범의 공범자가 된 것이다. 그 범죄로 거머쥔 돈을 자기의 저축은행에 집어넣어 거기에서 또 다시 이자를 길러먹는다. 대출도 잘 이루어지지 돈도 들어오지 은행의 고객들은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감독청이 기미를 알고 오면 저축은행은 이들에게 껌 값을 쥐어준다. 필요하다면 식사대접의 향응도 제공한다. 껌 값을 받고 밥도 얻어먹었으니 부산저축은행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뒤를 보아준다.

파산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를 때 저축은행 간부 및 지원들은 자기들의 돈을 이자를 붙여 인출한다. 그리고 소위 모라톨리움을 선언하는 것이다. 손해 보는 사람들은 오직 개미투자자들뿐이다. 개미투자자들은 울고불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면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은 공적자금 투입하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정부는 할 수 없이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고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여기에 부정의 두 개의 고리가 있다.

저축은행의 간부와 나누어 먹기로 하고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고리가 그 하나요, 감독청과 저축은행의 간부간 사이가 또 다른 고리가 그것들이다.

누가 더 큰 도둑인가?

눈으로 보기에는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은행의 부실을 만들었으니 가장 큰 도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저축은행 간부들은 대출자들로부터 받은 뇌물의 극히 일부를 감독청에 상납하는 이중적인 범죄를 저질렀으니 죄질이 가장 나쁜 도둑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저축은행의 부실을 감독해야 할 사람들이 껌 값을 받고 접대를 받고 눈을 감아주거나, 부실의 징후를 알고도 사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가장 큰 도둑은 감독청이요, 정치권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저축은행을 회생시켜야 하는데 그 부담은 국민이 저야 하기 때문이고, 국민의 재산을 축을 내게 방치한 죄상이 가장 크기 때문에 감독청이 가장 큰 도둑양반이시다.]

그러니 과거의 관리는 썩어도 국민의 돈을 훔치는 도둑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관리의 부패는 국민들의 돈을 훔치는 도둑인 것이다. 디지털 부패를 방지해야 하는 것이다.

李統이 “나도 과거에 乙이라는 입장에서 접대를 했었다.”라고 했다고 해서 어떤 논객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李統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다.

만일 그 글은 쓴 분이 나의 면죄부 이야기를 읽는다면 눈에 쌍심지를 켤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李統은 접대는 했어도 돈을 주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李統이 정주영 씨를 도와 줄 당시의 사회상에 비추어 말한다면 돈을 주지 않고 접대만 했다면 이는 부패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왜 이런 해괴한 변론을 한다고 할지 몰라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나의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었다. 70년대 내가 살고 있는 도내의 인류고등학교에 가려면 2백만원이 들어야 간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X 대학에 부속고등학교가 생겨나자 나의 동료가 그 학교로 전출해갔다. 그는 돈을 안들이고 갔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나도 추천을 당부했다. 그는 나를 추천해주어 다음해에 그의 도움으로 그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인사는 교장의 절대권한이었다. 인사권을 휘두른 것이다. 완성학급이 되면서 총 42명의 교사 중에 서울대생이 7명 연.고대생 그리고 공주사대생이 절대 다수이고 지방대생은 나를 포함하여 교련교사 체육교사 등 5명뿐이었다. 마누라를 시켜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자 작은 돈 봉투와 양주 한 병을 사서 전달하게 했다. 마누라가 내민 봉투는 2백만 원에 10/1도 안 되는 돈이었을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양주는 받고 돈 봉투는 돌려주셨다. 나에게만 돈을 안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양주는 다른 교사들에게서도 받으셨던 것 같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분이 전 직원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집은 국민주택으로 돈 많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었다. 우리는 고기대접 술대접을 받아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짓궂은 교사 하나가 벽장의 문을 열었다. 벽장 속에 양주가 23병이 있었다. 술을 보고 술꾼들이 보고만 있을 리가 만무다. 우리는 그 술병을 모두 꺼내어 밤늦도록 술을 마셨다. 우리가 가져다준 술 우리가 결국 모두 마시고 돌아온 것이다.

그분이 정년퇴임을 맞게 되었다. 함께했던 교사들은 대학의 교수로, 교감승진으로, 전출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흩어진 옛 동료들이 모여 그분의 퇴임 선물로 승용차를 사주기로 했다. 승용차를 동료 교사들로부터 퇴임 선물로 받은 교장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前無後無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분의 존명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분의 사위가 어느 당의 중진인물이시기 때문이다. 만약 그분이 살아 게셨다면 사위는 나라의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래서 술병 받은 것을 뇌물로 생각하지 않았던 나인지라 李統이 돈을 주지 않았다면 이통에게 죄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李統이 지금의 관리들에게 호통을 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청렴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지금의 관리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고, 지도층의 작은 비리는 국가를 망하게 할 수 있는 큰 대죄를 짓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부패와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하기를 바란다. 李統의 호통을 듣고 스스로 반성하며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참다운 CEO들이 되어 주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