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년 사내가 있습니다
망설이다 모처럼 어머님댁 전화 번호를 누르곤
천장보며 한숨 몰아쉬는 자식이 있습니다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용돈도 못드려 염치가
없어서 입니다
장모님 전화를 받고는 간단한 인사후 황급하게
처에게 전화를 건네주는 사위가 있습니다
언제 찾아뵈었는지 귀한딸 데려다 고생만 시켜
면목 없어서 입니다
멀리사는 동기간의 반가운 전화를 받고는 얼굴
붉히며 뒷통수만 긁적이는 동생이 있습니다
친척집 애경사와 시사때 제대로 가지못하고 동
기간에게 부담을 지워서 입니다
출근할때 아침 밥상에서 못들은척 귀 닫아놓고
몇술 뜨다 숟가락 놓는 가장이 있습니다
방세타령 하는 처와 용돈 타령하는 자식들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서 입니다
지인들과 음식점에 가면 계산대 앞에서 쭈삣거
리며 호주머니만 뒤지는 중년이 있습니다
자주얻어 먹으면서 한번쯤 흔쾌히 계산을 해야
지만 돈이 달랑달랑 해서 입니다
객지나간 딸애들 오랜만에 와 반가워 매달릴때
멋적은듯 슬그머니 떼어 놓는 애비가 있습니다
용돈한번 옷한벌 제대로 사주지 못한 처지에서
가장으로서 내심 체면이 안서서 입니다
즐거운 휴일이면 새벽같이 배낭 짊어지고 홀로
산으로 도망치듯 숨어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추나무 연걸린 애경사들 일일히 챙기지 못해
다음 만날일이 괴로워서 입니다
그렇다고 항상 괴롭기만 한게 아니고 어떤때는
즐거워하고 행복해 할줄 아는 보통 사람입니다
왜냐면 그런일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일이
아니라 평생 그렇게 살아와 면역이 된탓입니다
그런삶은 우리와 같은 직장에서 고락을 함께하는
동료의 모습이자 흡사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는 삼십년간 봉직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지방
공무원 입니다
http://www.gongmoowon.org/ (공무원의 한과 눈물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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