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으로 등산을 갔습니다. 산에 내려온 뒤 새로 포장된 75번 국도를 따라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까지 달리던 중 길 옆에 벽이 새워져 있고 환경보전구역을 명시하는 푯말을 봤습니다. 가평군 북면은 수도권에서 가장 환경이 잘 보전된 구역임을 알고 있었기에 계속 지키려는 환경부의 노력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차를 세우고 도마치계곡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어진 보존구역 사이에 민박집이 몇 채 들어서 있는 것을 봤습니다. 민박집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환경보전구역이었다가 민박집 있는 곳에서는 끊겨 있고 민박집을 지나면 다시 환경보전구역이 시작되더군요. 게다가 숲속 카페로 이어지는 길 임간도로도 나타났습니다.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민박집과 카페는 위 쪽에 있었기에 그 곳에 하수도 시설이 없다면 생활폐수는 계곡으로 흐를 테고 그러면 아래 쪽에서 아무리 환경을 보존한다고 해봐야 오염되긴 마찬가지 일 겁니다. 그리고 환경보전구역 한 가운데에 민박집과 카페가 버젓이 들어서 있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곳에 땅을 살 돈이 있는 사람은 땅을 사서 환경을 파괴할 수 있고, 땅을 살 돈이 없는 사람만 지켜야 하는 겁니까? 도로 옆의 벽이 새걸로 보였기에 어쩌면 카페와 민박집이 먼저 생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아름다운 북면의 숲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저 역시 그 길을 가솔린 엔진이 달린 자동차를 몰고 갔기 때문에 잘한 건 없습니다만, 그 안에 살며 지속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측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을 막고 땅을 산 소수의 사람들이 환경을 조금만 파괴하도록 두는 편이 그나마 나은 걸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민박과 카페를 이용한다면 아래 쪽을 환경보전구역으로 묶어놓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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