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렬 전 서울경제 사장 체포로 본 '언론인과 게이트'
검찰이 지난 29일 김영렬 전 서울경제 사장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굿모닝시티의 금융권 대출 과정에 개입해 수억원대 금품을 리베이트로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같은 혐의가 확인 되는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굿모닝시티의 자금이 언론계에 유입됐다는 보도에 이어 언론인 출신이 굿모닝시티를 위해 직접 로비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계는 "이번에도 '역시나'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에도 언론인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 국민들이 언론계를 어떻게 보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게이트마다 언론인 연루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각종 '게이트'마다 언론인 이름이 등장해온 게 사실이다.
김영렬 전 사장은 지난해 1월에도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 세금포탈과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이다. 김 전 사장은 패스21 대주주 윤태식 씨와 짜고 금융기관에 허위 재무제표를 제출해 어음할인 보증을 받고, 보유 주식 9만주 중 5만주를 64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1억 90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윤태식 게이트에는 김 전 사장만 연루된 게 아니었다. 검찰은 패스21 주식을 소유한 언론인 25명의 명단을 확보, 수사를 벌인 결과 김영렬 당시 사장 등 8명을 기소해 이 중 C모 전 서울경제 부장, M모 매일경제 부장, J모 전 SBS PD 등이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특검 수사까지 불렀던 '이용호 게이트'에도 언론인 이름이 등장했다. 차정일 특검팀은 L모 KBS 전 부장이 2001년 이용호 G&G 회장으로부터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개설비용으로 1000만원을 받고 5억원 규모의 자금을 이씨와 함께 관리하며 주식거래 등을 했다고 밝혔다. KBS는 회사명예 실추 등을 들어 L 전 부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경기도 분당 소재 파크뷰 아파트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L모 동아일보 전 편집인 등 언론인 6명이 특혜분양을 받은 것으로 검찰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L모 전 편집인은 사건 직후 사표를 제출했고 M모 기자도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은 뒤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이달 7일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 중앙일간지 박모 기자가 구속 수감된 일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월드컵 휘장사업 대행사 CCP코리아의 총판계약과정에 개입, 투자금 명목으로 6억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우호적 홍보환경 조성과 정관계 인맥 확보 위해 언론인 활용
대형 비리사건에 언론인이 등장하는 최근의 사례들은 공통된 경향이 있다. 벤처업체 등 신흥기업이 정·관계 커넥션을 통해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치는 과정에서 언론사 관계자를 끌어들이는 양상이 많다는 점이 그것이다.
왜 최근 들어 이러한 일이 늘어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인이 '우호적 홍보 환경'을 조성하고 정·관계 핵심인사와의 가교를 마련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영렬 전 사장이 체포되기 바로 며칠 전인 23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성명을 내어 "윤태식 게이트, 세풍, 파크뷰 분양사건 등 거대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려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언론계의 자정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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