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단체 시국 선언문. 김대중은 각성하라!!
건국 이후 반세기 동안 희생과 분노로 얼룩진 암흑의 터널을 뚫고 마침내 국민의 손으로 기적 같은 정권교체를 이루었던 그날의 감격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우리는 청천벽력이었던 IMF 한파도 김대중 정권에 대한 기대와 희망 하나로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당장은 어려워도 차차 '웃목도 따뜻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의 임기가 2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분노한 농민들의 시위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막히고, 노동자들의 함성은 거리를 메우며, 정계의 대립은 정쟁을 넘어서서 권력 암투로 번지고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3년 전의 악몽인 IMF가 또 다시 찾아온다는 위기감이 온 국민들 사이
에 팽배해 있고, 이로 인해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는 통제력을 이미 상실한 채 개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문민정부에 이은 또 하나의 무능한 정권이라는 혹평까지 받고 있다.
그간 제기되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살펴보면 김대중 정권과 역대 정권과의 차별성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복사판이라 할 수 있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부정부패와 외환위기로 인해 피폐해진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
해 과감한 구조개혁을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한 정부는 109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고도 금융구조조정의 성과는 거의 남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금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탓으로 애초에 공적자금 추가 조성은 없다고 공언한 것을 뒤엎고 2차로 공적자금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필요한 자
금 규모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어서 국민들은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해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살아가는 여건 또한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삶의 질이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7년 외환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국민들은 금붙이들을 사심 없이 내놓고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김대중 정권은 서민을 위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이로 인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불균등하고도 왜곡된 부의 재분배로 인해 국민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실업자를 위한 공공근로 예산은 오히려 축소되는 등 정부가 소득재분배를 위한 사회보장예산의 배분에 관심조차 없음이 증명되었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통해 생산적 복지가 실현
될 것임을 선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시행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구호일 뿐이고 허구적인 선전이 었음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집권초기부터 강조해 온 '생산적 복지'라는 국정 기조가 '재정적자 축
소'와 '소득재분배 역행'으로 바뀐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 축적되고 관성화된 부정부패가 나라를 부도직전까지 내몬 주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고급 옷 로비사건부터 지금의 불법대출 의혹에 이르기까지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음직한 권력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시키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여야간의 정쟁을 유발하여 민생을 돌보아야 할 국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만 느끼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부정부패를 방지할 부패방지법조차 정치자금추적, 위원회의 조사권 등 핵심 내용을 빼고 제정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권이 보여주는 이중적 기준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근 몇 달간 지속된 의료계의 폐업사태를 지켜보면서 강자에겐 미소를 약자에겐 몽둥이를 휘두르는 김대중 정권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의약분업은 국
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던 정부가 의사들에게 발목을 잡혀 원칙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끌려다닌 반면, 열악한 노동환경개선과 박한 급여의 인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롯데호텔 노동자들에겐 테러진압작전에 사용되는 섬광탄과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였다. 이러한 이중적 작태는 국민의 우롱과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김대중 정권은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손상시킨 것이다. 공권력의 권위는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비방한 사람을 조사한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이고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것인데 김대중 정권은 이 점에서도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
리고 있다. 국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국가의 주권을 우롱하는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개정협상도 수차례 회의를 거쳤지만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SOFA개정을 촉구하는 민간인들의 시위도 막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중 정권은 과연 자신의 존립 근거를 어디서 찾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가지고 있다. 정권하나 바꾸기 위해 그 오랜 시간동안 얼마나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눈물을 떨구어야 했는가? 김대중 정권은 바로 민주화와 변화를 열망했던 사람들의 피눈물을 기반으로 세워진 정권이다. 특히 이 지
역민들은 그 동안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김대중 정권을 지켜보았다. 지역민들이 보여준 침묵의 의미는 김대중 정권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정권을 통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어떠했는가? 그토록 열망하던 동서화합도, 지역사회발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김대중 정권의 행적은 지역민의 순정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의 역사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의 나침반이다. 일그러진 과거를 가지면 현재의 모습도 일그러질 수밖에 없고 미래 또한 기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원인은 반독재투쟁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참 모습을 속이고 있다.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했으며, 유신독재의 원흉인 박정희를 추모하기 위해 기념사업회의 명예회장을 수락하고 국민의 혈세 200억원을 지원하는 모습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꿈꾼다는 대통령의 철학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화해와 화합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과연 그들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참회했는가, 백번 양보해서 참회는 논외로 치더라고 그들을 다시 역사의 주류로 올리는데 피해자들에게 동의를 구했는가 묻고 싶다. 일의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나라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이때 지금이라도 김대중 정권은 초발심으로 돌아가 원칙적이고도 과감한 개혁을 펼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역사는 무한한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이 개혁을 추진하는데 다른 역대정권보다 확실한 우위의 경쟁력과 추진력을 지녔다고 믿고 있으며 역사 속에 길이 남아 우리의 후세들이 모범으로 배우는 정권으로 남길 희망한다.
우리는 앞으로 김대중 정권이 진정으로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결단'으로써의 개혁이 아니라 현 정권 뿐만 아니라 후임 정권에서도 개혁을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개혁자체를 제도화한 '시스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1. 부패정부, 무능정부 가신정치를 청산하고 개혁정치세력을 중심으로 당정 을 쇄신하라!
2. 부패방지법・인권위원회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 민주화운동 유공자예우법 개혁법안을 즉각 처리하라!
3. 집중투표제, 집단소송제, 사외이사제 강화 등 경제개혁관련제도를즉각 도입하라!
4.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현실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라!
5. 박정희 기념관 건립 국비지원을 철회하고,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라!
6. 국정운영을 원칙대로 수행하라!
2000년 12월 18일
광주문화연대/
광주전남민주동지회/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광주전남송죽회/
광주흥사단/
국제사면위원회광주지회/
무등산권문화유산보존회/
민주주의민족통일광주전남연합/
반부패국민연대광주본부/
사단법인 광주전남개혁연대/
사단법인 인권교육원/
사회정의실천시민운동협의회/
아름다운광주사랑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광주전남본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광주지역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광주지부/
함께하는광주시민행동(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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