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교육개혁과 ‘이해찬 1세대’
한나라당이 주최한 지난 3일의 「교육정상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교사 86.7%, 학생 70.8%가 자신의 학교에 교육 붕괴현상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어느 교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정작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근본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실패한 정책들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교육붕괴 현상은 크게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원정책의 실패와 입시정책의 실패가 그것이다. 그런 만큼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이에 대한 처방을 마련해야 공교육 붕괴, 사교육 극성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암담한 교육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 정부는 『원로 교사 한 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세 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교원정년을 종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했고 이 과정에서 교사들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켜 「명퇴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유증과 공백은 지금도 남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교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을 뿐 아니라 교원들이 바닥으로 떨어졌으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99년 초 한국교총이 벌인 「이해찬 장관 퇴진 서명운동」에 23만여명의 현직 교원들이 불이익을 각오하고 서명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나칠 정도로 평등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시험 없는 학교」, 「입시 없는 대입」을 표방하며 일련의 정책들을 쏟아냈다. 2002년부터는 무시험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며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한 가지 특기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이른바 「이해찬 1세대」는 그래서 생겨났다. 획기적인 새 대입제도를 혼란 없이 도입하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98년 중3이던 학생들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고, 그들이 지금 고3이 된 것이다. 『공부 안해도 대학갈 수 있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장담에다 교원들 사기저하까지 겹쳐 학교교육이 붕괴하게 됐고 그 결과는 학력저하로 이어졌던 것이다.
교육부의 「특기」운운은 또 과외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사교육을 잠재우겠다던 당초 목표와는 정반대 현상을 빚게 만들었다. 정부가 교육개혁의 실패를 자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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