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어제 들어온 제보 > 눈속임용 소방검사 급행료

PC방·노래방 등 비상 날림 검사대행 판쳐

노윤정기자 [email protected]

2004년 경기 수원시 고시원 화재 사건으로 대폭 강화된 다중이용업소의 소방안전 관련 특별법이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새로운 소방기본법 적용을 받게 되는 다중이용업소들은 노후·영세 업소가 대부분이어서 시한을 4개월여 남겨놓은 1월 현재, 전체 시행대상의 불과 30~40%선만이 강화된 기준에 맞게 소방설비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나 ‘소방 대란’이 우려된다.

특히 소방시설 공사를 대행해주는 소방방염 전문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눈속임용 소방 검사를 대행해주고 ‘급행료’를 받는 등 편법과 탈법이 판치는 복마전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9면

18일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2004년 5월29일 발효된 새 소방기본법 및 소방시설 설치 유지와 안전에 관한 법률은 고시원, 산후조리원, PC방, 전화방, 노래방과 콜라텍 등 유흥주점, 비디오방, 바닥면적 100㎡ 이상 음식점 등에

▲목재, 커튼 등 가연성 설비 방염처리
▲주출입구 반대쪽에 규격에 맞는 비상구 설치
▲바닥면적 50평 이상일 경우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각 실에 소화기와 비상경보설비 비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1차로 행정명령과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며, 불응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과 1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해당 업소들의 반발로 새 법 시행은 2006년까지 2년간 유예됐다가 지난해 다시 2007년 5월27일까지로 1년 추가 유예된 상황이다. 소방방재청과 각급 소방서들은 ‘올해가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로 해당 업소의 불과 30~40%만이 강화된 소방 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특히 문화일보 취재 결과 서울 대학로와 신림동, 신촌 등 다중이용업소 밀집지역의 업소들은 태반이 새 소방법 기준조차 모르고 있거나, “과태료를 내고 말겠다” “다른 업소들 눈치를 보고 있다” “단속을 하면 차라리 문을 닫겠다”며 버티고 있어 오는 5월 새 소방법 전면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에서는 소방방염 전문업체들의 편법·탈법 행위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건축·인테리어 전문업자들은 문화일보 기자들과 만나 “강화된 기준이 까다로워 제대로 허가를 받기가 힘들다”며 “전문업체에 맡기면 방염처리된 모조 문짝으로 눈속임 허가를 받아준다. 급행료 명목의 수수료는 15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염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소방방염 업체는 500여개로 추산된다. 또 신축공사의 경우 시공 허가를 받으려면 소방면허가 필요하지만, 중·소형 공사일 경우에는 소방면허 업체들이 30만~50만원선에 소방면허증을 빌려주는 탈법 행위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윤정·윤석만기자 [email protected] 84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