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산소가 없어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이건 명백한 살인입니다"
구급차안에서 산소가 없어 죽어가던 아이를 구경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김정혜씨는 증언을 시작하면서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결국 증언 내내 눈물을 훔치며 의료사고로 아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9일, 의료소비자시민연대(이하 '의시연')는 의료사고로 지인을 잃거나 본인이 불구가 되는 등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피해자들의 직접 증언으로 이뤄진 이날 증언대회는 19년만에 입법 가능성을 보였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다시 재심의를 통해 표류하고 있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에 대한 대응으로 진행 된 것이다.
◇빈 산소통 숨기는 의료진
지난 8월4일 포항시 인근 해수욕장에서 물놀이중 아들이 사고를 당해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후송중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김정혜씨는 아이가 사망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눈물을 계속 떨궜다.
김정혜씨에 따르면 후송 중에 아이가 힘들어 하는 모습에 산소를 더 틀어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했으나 알고보니 응급차 내 산소통에는 산소가 하나도 없었음이 중간에 드러났다.
결국 아이는 숨이 끊어졌고, 이에 당황한 의료진이 심폐 소생술을 시행, 아이의 입에다 그냥 산소 호스를 꽃아 밸브를 꽃았지만 김씨는 몸이 부풀어 오르고 피가 흘리는 모습까지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고통스러워 하던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 김 씨는 사고 과정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어른용 기도삽관을 시행, 더 큰 고통을 주었음이 드러났다며 고통스러웠던 지난 여름을 떠올렸다.
그러나 과실 여부를 밝히는 과정에서 아이가 죽고, 부검을 하고 차트를 분석하는 과정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된 김 씨는 "뭘 알아야 병원에 맞서 지적을 하고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통과된다면 의사의 과실유무를 명백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날같은 희망을 떠올렸다"며 "법안 통과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한 진실은 알고싶다"
지난 7월27일 둘째아이의 출산 후 병원에 입원했으나 3일 뒤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김영일씨는 그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모든 것이 이해 할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일씨는 "의사선생님들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비를 내고 건강보험도 내는 소비자에게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면 의료시술을 한 누군가는 최소한 먼저 설명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또 80에 가까운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김정규씨는 "누구를 성토하거나 원망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관행들이 고쳐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씨는 친형이 아리랑치기배들에게 당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으나 방치,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그러나 병원측이 제시하는 진단서와 협진의사들의 왕진기록과 다른데다 간장과 췌장 등의 이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혈액검사 결과 이상 없었다"고 주장하는 의료진들에 의해 1심에서 패소당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2소에서는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 냈으며 현재는 3소를 진행중이다. 그는 "의료사고피해자들의 한결같은 고통은 의료정보의 애로에 있다"며 의무기록의 변조 말살이라는 범죄적 수법까지 경험했다고 전했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도입돼야
그 밖에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권순모씨, 지난해 6월 어떤 설명없이 아이 젖만 물리다가 품에서 그대로 사망했다는 양인석씨, 1분거리 종합병원을 무시하고 10분거리 자기 병원으로 데려가 결국 사망한 아들을 둔 김영순씨 등이 자신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또 물혹을 제거하러 갔다가 병원감염 발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이른 김광호씨, 의료사고로 모친을 잃은데다 병원비 과다청구까지 당하고 있는 민지희씨 등의 사연이 줄줄이 소개 됐다.
이날 증언의 공통된 사항은 입증책임의 어려움이었다. 김영일씨는 "산모가 출혈이 시작한 뒤 3시간동안의 의료기록이 없다"며 어려움을 전했고, 명확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원하는 김정혜씨는 "이 법안만 통과된다면..."이라며 입증책임전환제 도입에 희망을 걸었다.
또 의료사고피해자 일동은 임증책임전환을 전제로 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과 진료기록열람과 진료기록위변조금지 강제조항 제정, 요양시설내, 신생아실, 응급실 등 의료분쟁다발지역의 CCTV설치조항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의시연은 피해자증언대회를 마치고 소비자상담센터 개소식을 함께 진행했다.
소비자상담센터는 의료사고상담 뿐 아니라 선택진료비, 진료비과다청구피해상담과 민영의료보험 피해상담 등을 함께 운영하며 차후 소비자원 등과 연계, 운영할 계획을 전했다.
소비자상담센터 소장에는 이인재 변호사가 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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