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짱게집의 옥호는 청와루다.
지방이지만 그래도 수준께나 있는 요리는 우리집이 최고다.
방국봉이는 우리 주방의 오야붕 즉 하늘 같은 주방장이다.
그는 빈농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머리 하나는 비상해서
검정고시도 스스로 패스했고 원문 요리백과도 읽을줄 안다.
헌데 고집이 세고 누구든 한번 앙심 먹었다하면 너죽고 나죽자 식이다.
부주방장 시절 대머리 주방장과 돈문제로 한판 붙을때 4각 숫돌까지 머리통에 날린 자다.
음식점 주방 가운데도 우리 짱께방 주방 같이 군기가 엄하고 센곳도 없다.
그래서 우린 방국봉이의 끔찍한 비리를 알고 있지만 언제나 꿀먹은 벙어리다.
그래도 난 지금 부터 그 비리를 모두 말하련다.
왜?...난 짝퉁이니까..
우리 청와루 사장은 일류대를 나온 전형적 화이트 칼라지만 선생님 시절 돈먹는 벤춰에 손대다 모두 말어먹고 마지막으로 벌인 사업이 바로 이 청와루 짱께빵이다.
요즘 방국봉이는 이 청와루를 자기 고향 선배에게 넘기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
고향 선배가 청와루 근처에 중국집을 개업했는데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그 고향선배는 방국봉을 찾았고 둘은 모종의 검은 거래를 꾸민것이다.
그 거래란 청와루를 점차적으로 고사시켜 결국은 헐값에 내놓게 만들고 방국봉은 청와루의 사장 겸 지배인이 되는 거였다.
그러자 방국봉은 점차적으로 음식의 질을 떨어 뜨리기 시작했는데 ....빼돌린 고가 재료는 모두 현금으로 재료상에 다시 바꿔 고향선배의 적자를 메워주는 거였다.
사장겸 지배인이 되기위해 열심히 물심양면으로 선배에게 충성을 하는거였다.
사장이 아무리 이 계통의 사람은 아니지만 사장도 매상은 계속 줄고 재료 구입 청구서는 나날이 늘어나자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는 방국봉에게 그 대책을 따져 물었다.
그러자 방국봉은 당돌하게도 10살이나 위인 사장에게 반말 비스므리하게 대꾸하며 양손은 아예 츄리닝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였다.
그러며...그는 눈알을 똑바로 치켜뜨며 말했다.
도데체 어쩌란 말이냐..장사를 하다보면 그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는것이지
나를 뭐..관두란 소리냐 뭐냐며 도리어 사장에게 핏대를 세우는거였다.
한번은 고향선배 짱께집에 국수빼는 쌍환이 급성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사장님도 모르게...
내 바로 위에 주방 고참인 [이선희]를 선배의 가게로 몰래 보낸것이다.
이선희라고 해서 여자는 아니고 검은 뿔테 안경에 호리호리히게 생긴 국수빼는 주방 선배다.
사장은 그날 부인과 함께 친목계에 참석하느라 영업시간이 거의 끝날때 와서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러나 그날 카운터를 대신 보았던 사장의 누이 동생이 사장에게 고해 바쳤던 것이다.
왜냐면 그날 국수빼는 이선희 선배 대신 내가 국수를 뽑았기 때문에 입맛이 까다로은 손님들은 면발이 지랄 같다고 난리가 났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방국봉은 까딱도 않했다....
사장이 왜 나와 상의도 않은채 자네 맘대로 고향선배의 업소로 직원을 빼돌리냐고 묻자....
방국봉은 대뜸 .....주방장으로서 할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맞받아 치는 거였다.
그의 엉뚱한 변명에 사장도 하도 기가 막혀 다시 물었다.
우리와 경쟁인 라이벌 업소에 어떻게 우리 직원을 몰래 빼내서 자네 맘대로 보내냐고 다시 따져 묻자..
방국봉이 뭐라 했냐면 .....같은 업종의 동업자 정신으로 볼때...
상대 업소가 어려우면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야 발전이 있는것이지....
그럼 막말로 그 업소와 피비린내 나는 영업 전쟁이라도 벌일거냐며 사장을 주늑들게 하는거였다.
사장과의 껄끄러운 면담이 끝난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방국봉은 주방에 들어가자 마자 부러 그랬던건지 실수로 그랬던건지는 몰라도 대형 고급사라 3장을 바닥에 와장창 깨버리는거였다.
생리에도 맞지 않는 짱게집을 억지로 근근히 꾸려가던 사장은 결국 2달뒤 헐값에 가게를 내놨고
청와루는 제3자를 내세워 위장 구입한 방국봉의 고향 선배 손으로 넘어갔다.
방국봉....방구뽕 같은 나쁜 놈 ..
이런걸 보면 ...요새는 정말 종업원 쓰기도 힘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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