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초고속 통신망들은 공격적이고 과감한 광고전략을 구사
해 이미 수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시민'갑'씨는 얼마 전 한국통신의 초고속 통신망 ADSL을 가입하며
한 가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초고속 통신망을 하기 위해선 필수라 할 수 있는 ADSL전용 모뎀을
한국통신에서 임대해야 한다는 것이다.한 달 임대료는 5,000원이
고 3년간 매월 5,000원 씩 임대료를 지불한 뒤에는 무료로 쓰다가
가입을 해지할 때 모뎀을 반환해야 한다.
과연 얼마짜리 모뎀이길래 5,000원이라는 돈을 내야 하는지 궁금했
던 '갑'씨는 한국통신에 모뎀 가격을 문의했다.그러나 한국통신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한국통신의 대답은 "한국 통신은 임대만
할분 판매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사서 임대하는 기계의 가격을 모른다는 것에 화가
난 '갑'씨는 그럼 소비자는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해준 기계를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임대료를 내고 무조건 임대해야 하느
냐?"며 항변했다.한국통신 측은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사
용한다면 아무 관계가 없다."고 대답했다.
어떻게든 가격을 알고 싶었던 '갑'씨는 한국통신에 거짓말을 해보
기로 했다.ADSL 가입자인데 기계가 고장이나서 새로운 기계를 사
고 싶은데 한국통신에서는 기계를 판매 하지 않는지 문의했다.그러
나 대답은 역시 노였다.고장난 기계를 12만원에 변상하고 새로운
기계를 임대 받으라는 것이었다.
'갑'씨는 외부에서 모뎀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구
입방법을 알아봤다.그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것
은 '갑'씨가 처음 생각했던 문제보다 훨씬 큰 문제였다.
'갑'씨는 일단 우리나라의 하드웨어 시장 중 가장 큰 곳이 용산이
라 생각하고 용산에 ADSL모뎀을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없는
것이 없다는 용산 시장에도 ADSL모뎀만큼은 존재하지 않았다.이상
하게 생각한 '갑'씨는 우리나라에서 ADSL모뎀을 생산하는 곳을 알
아봤다.이상하게도 ADSL모뎀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그 숫자는 수십이 넘었다.생산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왜 시장에는
나와 있지 않은 걸까?
그것은 한국통신과 중소기업들 간의 불공정한 거래 때문이었다.우
리나라에서 ADSL모뎀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시장에 물건을 판매하
지 않는다.한국통신에 전부 납품하거나 수출만 하기 때문이다.
'갑'씨는 그제서야 한국통신이 왜 임대를 고집하는지 알 수 있었
다.바깥 시장에 나오지 않는 한 소비자가 모뎀의 가격을 알리가 없
고 그렇다면 임대료 책정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한 영업사원과 통화를 하며 그 진실을 더 자
세히 알 수 있었다.중소기업은 외부 시장에 판매하지 않는 것을 모
두다 칼같이 지키고 잇고 만약 그걸 어길 시 한국통신과의 판매 계
약은 더 이상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란 건 불보듯 뻔한 것이라는
얘기다.
얼마 전 쟈드콤(주)은 이런 불문율을 깨고 독자적인 판매망으로 소
비자와 만날 것을 선언했다.
▶▶관련 기사=쟈드콤 “ADSL모뎀 싼값 직판”
그런데 쟈드콤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갑'씨에게 충격을 주었다.막
연히 12만원으로 알고 있던 가격마저 포장된 가격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쟈드콤(주)은 내장형 모뎀을 6만 6천원(소비자 가격)에
팔기로 결정했다.
외장형 모뎀의 가격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그렇다면 한국통신이
힘없는 중소기업 으로부터 납품받는 가격은 6만 6천원 이상일 리
가 없다.대량을 구입해주기 때문에 더 싸면 쌌지 비쌀 리가 없다
는 얘기다.그렇다면 3년간 임대료를 18만원(5000원*12개월*3년) 받
으면서 소비자의 다른 선택의 길을 막았던 한국통신은 대기업의 높
은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와 중소기업들을 우롱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제 그동안 여러가지로 장난을 치며 막대한 부당이득을 벌어들였
던 한국통신은 소비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그동안의 이익을
환원해야 할 것이다.세상에 6천만원짜리 집을 월세 500씩 주고 사
는 소비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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