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어제 들어온 제보 > 관악구청장 측근인사의 비극

어제 내가 사는 서울 관악구에 슬픈 일이 생겼다. 현 관악구 김효겸 구청장님의 사모님이 음독자살한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김효겸 구청장님의 사모님이 당한 불행의 최초의 시발은 바로 <잘못된 측근 인사>에 있었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악구 봉천8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임모씨(61)는 자칭 <김효겸 현 구청장의 오랜 친구>였다. 그는 2006년 관악구청장 선거에서 김효겸 구청장이 당선된 후부터 주변의 지인들에게 자신이 구청장의 친구임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

급기야 그는 2007년 10월 봉천8동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6급 공무원 최모에게 <내가 구청장에게 얘기하면 승진할 수 있다. 맨입으로는 안 되고 사무관 승진에 3000만원이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11월 임씨의 카센터에 찾아가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

다음 해인 2008년 2월, 6급 공무원 최모씨는 실제로 5급 사무관으로 승진됐다. 최 씨는 승진이 확정된 뒤 임씨 카센터를 다시 찾아가 현금 1000만원을 더 건넸다.

한편, 김효겸 구청장의 친척인 김모(53)씨도 이런 매관매직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동사무소 직원이던 그는 김 구청장 당선 직후부터 구청 감사담당관실 조사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직원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비위사항을 보고하는 '암행어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1월 자신의 사무실로 승진 예정자 2명을 불러 <사무관 승진 심사가 있다. 승진하고 싶으면 3000만원을 갖고 오라>>라고 했고, 실제로 각각 3000만원과 2500만원을 뜯어냈다.

또한, 김 구청장은 2007년 4월에는 중구청에서 근무하던 초등학교 동창 배모씨를 관악구청 총무과장으로 전보임명함으로써 직권남용의 비난도 받았다. 2006년에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친척 김씨를 관악구청 감사담당관실 조사계장으로 등용한 것과 같이 <안면있는 사람>을 관악구청의 알짜배기 자리에 기용한 것이다.

이런 부적절한 인사는 관악구청과 관악구민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눈 있고 귀 있고 입 있는 사람들은 현 관악구청장의 인사에 대하여 <친구 인사, 친척 인사>라고 비난했다.

급기야 관악구청장의 비위 사실은 감사원에 제보되었고 감사원은 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감사원은 검찰에 김효겸 구청장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부적절한 인사를 했음이 너무나 명백했기에 감사원도 유례없이 현직 구청장을 검찰에 직접 고발한 것이었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신문과 방송에 회자되자, 필자는 관악구민으로서 관악구청의 <구청장에 바란다.>에 2008년 11월 20일에 다음과 같은 민원을 제기했다. 필자의 민원 밑에 감사담당관실의 답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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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뢰 사건, 책임있는 답변을 원합니다.

등록일 : 2008-11-20

진행상태

첨부파일

내용 .

전에 동네 구멍가게에서 자신을 김효겸 구청장님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분을 우연히 만나서 김효겸 구청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친구인 구청장님에 <나이도 지긋이 먹은 만큼 10원짜리 한장 남에게서 받지 말고 청렴하게 임기를 마쳐 달라.>라고 누누이 강조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간 김효겸 구청장님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런데,어제 TV와 신문을 통해 관악구청장님의 뇌물수뢰 사건을 보았습니다.개인적으로 다소 놀랐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합니다. 정말 수뢰사건이 있었다면 책임있는 행동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11.20.

임충섭 올림

답변

안녕하십니까? 관악구청장 김효겸입니다.
우리구 인터넷 홈페이지『구청장에게 바란다』로 보내주신 글은 잘 보았습니다.

귀하께서 문의하여 주신 사항에 대하여는
우리구 홈페이지에 오늘 게재한 내용으로 갈음하고자 하오니
이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사관련 보도사항에 대하여
11월19일 감사원 보도자료를 통하여 발표된
『관악구 인사관련 보도사항』에 대하여 구정을 책임지고 있는
구청장으로써 책임을 통감하며 구민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구정의 주요 보직에 친·인척을 배치한 것은 구청장으로 취임하여
구정전반에 대한 업무파악과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구민들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보직을 주었습니다.

다만, 인사관련 보도와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또한, 본인에 대해 감사원에서 인사위원회 승진심사에 앞서
승진후보자 명부를 보고 받고, 특정인을 승진시키라고 지시한 사항과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였는데,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는 검찰의 소환명령이 오면 출두하여
정정당당하게 조사를 받아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구청장에 대한 관심과 걱정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귀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 11. 20

관악구청장 김효겸 드림

답변 첨부 파일

분야 담당부서 담당자 전화번호 이메일
일반행정 감사담당관 이연경 880-30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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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감사담당관실은 김효겸 구청장의 명의를 빌려서 뇌물 수수 혐의를 강하게 부정했다. 특히 친구와 친척을 관악구청 알짜배기 자리에 기용한 이유에 대하여 김효겸 구청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구정의 주요 보직에 친·인척을 배치한 것은 구청장으로 취임하여 구정전반에 대한 업무파악과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구민들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보직을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관악구청장은 첫째, 구정 전반에 대한 업무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구민의 여론을 가감없이 청취하고자 친구와 친척을 인사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김효겸 구청장의 판단도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는 작년 12월 16일에 임씨와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한, 엊그제 1월 16일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광준)는 부하직원으로부터 승진 사례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효겸(56) 관악구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상 김효겸 구청장님이 500만원을 진짜 수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검찰은 기소했다.

결국 이런 참담한 현실 앞에 절망감을 느낀 관악구청장 부인은 결국 음독자살을 하기에 이르렀다.

혹자는 왜 구청장 부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하여 의아하게 생각한다. 몇 백억원을 꿀꺽한 사람도 뻔뻔하게 자신이 죄가 없다고 주장하며 되려 역사적 영웅인체하고 또는 더 큰 죄를 진 자도 무죄추청 원칙을 거론하며 대법원까지 재판을 끄는데, 고작(?) 5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기소된 것에 대하여 음독자살을 선택한 것이 석연치 않다고 한다. 그는 <아마도 더 큰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라고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작년 11월 20일에 제기한 민원내용에 언급한 관악구청장의 친구분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예전에 내게 <현 관악구청장의 부인은 땅부자다. 강원도에 몇 만평이나 되는 땅이 많다.>라고 한 바 있다. 관악구청장이 돈에 욕심을 낼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관악구청의 1년 예산은, 구청직원의 말에 의하면, 많게는 3,000억원이다. 20억원도 아니고 300억원도 아니고 3,000억원이다.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국사무가 1,000억원 정도이고 구청 자체 예산이 적게는 1,600억원에서 2,000억원이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예산이라면 구청장의 업무추진비는 한달에도 몇 천만원은 될 것이다. 구청장이 500만원을 얻고자 매관매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관악구청장 부인의 음독자살의 원인으로 <수치심 때문>이라고 본다.

엄청난 땅부자이자 명예로운 관악구청장 부인으로서의 자존심과 도덕감정이 훼손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역시 광주를 피바다로 만들고 천문학적인 돈을 회령한 전두환이 뻔뻔스럽게 살며 되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 세태와 확연히 비교된다.

이번 관악구청장 부인의 비극은 <잘못된 인사는 결국 파국을 만든다.>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가 아니라 친구와 친척을 기용하는 측실인사를 하다보니, 친구도 잃고 부인도 잃고 명예도 잃고 장차 자리도 잃는 비극적 결말을 낳은 것이다.

물론 이번 관악구청장님이 당한 사례는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측근인사, 친구인사라면 둘째라며 서러워할 이명박 정권은 분명 이번 사례를 가슴 깊게 새겨야 한다.

능력이 아닌 정실로 인사를 하면 반드시 매관매직이 성행하게 되어 있다. 어쩌면 지난 1년간의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무직 공무원에 한해 매관매직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정부의 인턴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매관매직이 이미 발생했을 수도 있다.

올해에도 조만간 인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번 인사가 끝나면 <돈을 줬으나 승진은 못한 사람들>이 검찰에 각종 투서를 던질 수 있으며 이명박 정권에서도 매관매직으로 검찰에 기소되는 인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아, 김효겸 관악구청장 사례에는 또하나의 교훈이 있다.

김효겸 현 관악구청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관악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그 이전에는 관악구 의회 의장을 지내셨다.

2006년 지방선거는 3파전이었다. 2003년에 구 민주당이 분당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이후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앙숙지간이었는데, 2006년 관악구청장 선거에서도 각각 후보를 내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개표를 하자 전 구청장이던 민주당 김희철 후보 6만 9천표, 열린우리당 진진형후보 4만 6천표, 한나라당 김효겸 후보 9만 2천표를 획득하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열됨으로써 한나라당 김효겸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어 당선된 것이었다.

관악구는 1994년 제1회 민선 이래로 민주당 텃밭이었다. 항상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한나라당 후보는 하늘이 두쪽나야 당선되는 동네였다. 그런데 2006년에는 정말 하늘이 두쪽 났고, 한나라당 김효겸 후보가 어부지를 얻어 글자 그대로 <횡재>를 한 것이다. 적어도 그 당시만 해도 김효겸 구청장은 <횡재>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2006년 관악구청장 선거는 <분열한 집단은 필패한다.>는 섬뜩한 교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열한 집단은 필패한다. 민주개혁세력이 분열하면 공산당보다 못한 한나라당이 이익을 본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항상 이런 문제가 생긴다. <국정을 운영할 능력 배양에는 관심이 없고 도덕성 따위는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인 것 같은데, 그런 당론에 따르다보니 한나라당이 하는 일은 뭐든 결과가 안 좋은 것 같다.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을 하고 한나라당 출신이 대통령을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한 것이다.

http://www.cyworld.com/cslim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