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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충성관

“국민 모두가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란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의 발언이 보도된 23일, 신문사로 박 총장을 비난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모든 국민이 국가에 대해 충성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충성해야 한다는 게 민주사회에서 말이 되느냐는 요지였다.

박 총장의 발언은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물러나기 하루 전인 22일 “법무장관이 대통령에 대해 ‘충성’ 운운한 것은 잘못된 일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이는 집권당 당직자로서 가급적 사태의 파문을 완화시켜야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일 수도 있다. 또 과거 오랜 공직생활을 했던 그이기에 몸에 밴 ‘조직인’으로서의 표현 방식이 튀어나온 것일 수도 있다. 1936년생인 박 총장은 하루 뒤인 23일 “우리 세대에 ‘충성’이라는 용어는 너무나 익숙하고, 그런 차원에서 한 말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해명과 발언 당시의 정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발언 만큼은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박 총장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대통령과 국민과의 관계에 대해 전도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충성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는 것임을 이 선서장면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이런 국민과 대통령과의 관계를 거꾸로 인식하는 있는 것은 반민주인 것이다.

(신정록·정치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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