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개월여동안 준비해 야심차게 내놓은 자영업자대책중 일 부는 발표 6일만에 전면 유보되는가 하면 재래시장대책은 발표 하루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며 각종 투기 억제책을 쏟아내더니 결과는 되레 서울 강남 집값 상승만 부추기 고 있다. 또 건설경기 활성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핵심 경제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내 파열음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심리를 진작해야 할 정부 와 여당이 오히려 경제 위기감만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 상에만 치우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구심점)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대책 6일만에 전면 유보〓6일 열린 고위 당정협 의회는 자영업자대책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3시 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 결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5·31 영세 자영업자 대책’가운데 미용업의 경우 창업 전에 국가자격 증 취득을 의무화하도록 한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고 제과업, 세 탁업에 대한 자격증 요구도 다시 논의하기로했다. 관련 부처가 모 두 참가하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후 국민에게 발표된 대책이 1주일도 되지 않아 그 골간이 뿌리째 흔들린 꼴이다. 자영업자대 책과 맥을 같이하는 재래시장대책도 발표 하루만인 지난 2일 당 정협의회에서 여당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이날 여당의원 들은 “정신나간 대책”이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으며 원점으로 되 돌렸다.

◈당정간 갈등 심화〓경제정책을 둘러싼 당정간 갈등은 어제 오 늘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당정간 혼선이 대표적.

청와대와 정부는 양도소득세의 실거래가 과세를 반드시 추진하겠 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에선 “세금을 동원한 투기억제책은 부작용 만 불러온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종 개발정책과 투기억제책이 혼재되면서 투기는 잡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목표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강남내 대형 아파트 재건축을 규제하고 세금으로 투기를 억누르겠다는 정부대책이 현장에선 강남과 판교주변 아파트값 폭등세라는 정반 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처내 갈등〓당정뿐 아니라 부처내 갈등도 위험수위에 직면하 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는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적극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총리실과 건 설교통부는 균형발전논리에 배치된다며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산업자원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출자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 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자총액제한 규정에 걸려 실효를 거두 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이상과 현실〓노영기(경제학) 중앙대교수는 “공 식적인 발표가 나오기 전에 정부와 여당, 그리고 부처내에서 치 열한 논쟁과 토론을 거쳐 다양한 이견을 조정한 뒤 한 목소리로 정책을 발표하고 집행해야 정책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힘을 받게 된다”며 “그러나 지금 이같은 역할을 해줄 구심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민간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정부의 이념지향적 경제정책이 시 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정부의 경기회복 의지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린(경제학) 한양대 교수 는 “성장과 분배간 갈등, 경제현실과 정치이상간 갈등으로 결국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며 “연초 공언대로 경제살리기 에 ‘올인’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직·송길호·김상훈기자 b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