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정의 지표
-전두환 11대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9월1일 전두환 대통령은 헌법 제46조에 따른 엄숙한 취임선서와 더불어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내외의 귀빈과 3부요인, 그리고 그 밖의 하객 9천 여명이 모인 잠실체육관에서의 취임식은 간결하고 소박하게 거행되었지만, 전대통령의 취임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전대통령은 통일 주체국민회의대의원들에 의하여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곧 집무를 개시하여 대통령의 법적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었으나 이번 취임식으로 새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제11대대통령의 취임식전에서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주목한 것은 취임사에서 피력된 전대통령의 시정방침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 누가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어떤 이념과 정책을 가지고 국정을 펴나가는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전대통령의 시정목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전대통령은 여기서 거듭 민주복지국가의 건설목표를 강조하고 그 방향을 구체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전대통령은 참다운 민주복지국가가 지향하는 바는 첫째, 우리 정치풍토에 알맞은 민주주의를 이 땅에 토착화하는 것, 둘째 진정한 복지사회를 이룩하는 것, 셋째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 넷째 교육혁신과 문화창달로 국민정신을 개조하는 것이라고 그 방향을 설정했다. 이 네 가지 방향은 곧 새로운 국정의 지표가 되는 것이요, 이 나라는 전대통령의 지도하에 이 지표에 도달하는 것을 이제부터의 목표로 삼을 것이다.
전대통령의 이러한 국가지표는 이미 수차에 걸쳐 언급되어온 것이지만, 이것을 대통령 취임식에서 유달리 다듬고 정리하여 국민들 앞에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데 는 특별한 공약의의가 담겨있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국정의 지표를 설정하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은 이 지표를 실천하는 일이다.
이것을 실천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정치지도자의 의욕 있는 실천력을 위시하여 나라의 경제적 토대, 국민전체의 자기의식, 공공윤리의 강화 등 주객관 조건이 마련되어야함은 재론한 필요가 없다.
또한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는 일은 한 정권이나 한 세대의 과업으로서는 너무나 벅찬 일이요, 장기간의 지속적 노력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대통령은 이와 같은 국가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작업에 착수할 것을 밝히고 있는데 그런 기초작업이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극히 중요하다함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치에 있어서는 표방하는 목표보다도 목표에 이르는 과정과 방법이 문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 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할 것이다.
전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을 단언했다. 민주주의가 어디서 발상했고 어디서 먼저 발달했든 간에, 이것은 전세계에 보편화되고 잇는 시대적 사조이요 제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이것을 수용은 했으되,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약했던 것은 전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다. 그는 민주주의가 토착화할 수 있도록 정치풍토를 개선해야할 것을 특히 강조하고, 여러 가지 종래의 부정적 측면들을 지적하면서 소신을 피력했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이 공명해 마지않는 점은 '대통령자신부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일해야하며, 권력이 자신을 위한 개인적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이 일정기간 맡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고 한 말이다. 또한 전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이 나라에 토착화하기 위하여 헌법절차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반드시 확립할 것'을 다짐했다. 전대통령의 이러한 소신피력은 지난날의 불행했던 우리 정치사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유래한 것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굳은 공약으로 믿고자 한다.
이제부터 민주주의의 토착화작업은 새로운 차원에서 추진될 것이다. 당면한 문제는 민주화의 정치일정인데, 10월중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새헌법에 따라 선거를 실시하고 새정부를 출범시킬 것을 전대통령은 언명했다. 이러한 공약은 지금까지 정부가 누누이 공약해온 바이지만 이번에 각별히 주목을 끄는 점은 계엄령은 정국이 안정되고 소요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해제할 방침임을 밝힌 점이다.
그리고 정치활동은 새 헌법이 확정된 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토록 함과 아울러, 명년의 선거는 계엄이 해제되고 자유분위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해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한 새 민주정부의 수립은 우리 헌정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므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토착화에 있어서 시발은 그 후의 과정 전부를 규정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일정이 완수될 때 정부는 국민의 신임을 크게 얻고 국제적 위신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전대통령은 새로운 경제운영방식 사회개혁 노동정책 민생문제 자주국방 국민의 가치관 교육정책 등에 한해서도 솔직하고 명료하게 시정방침을 천명했다. 이모든 문제에 있어서 국민은 국민대로의 응당한 자세와 책임을 지니는 것이지만 국민의 대정부 불신에 있어서 그 일차적 책임을 대통령이 정부와 공직자에게 돌린 것은 과거에 별로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사회개혁의 주도세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하여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경우를 들어 사전에 경고하면서 '자신과 내 주변의 부정과 부패를 스스로 용납지 않을 서'을 다짐한 것은 전대통령의 도덕정치의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확신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만 전대통령의 사심 없는 정치적 리더십에 의하여 이 나라의 장래가 더욱 명랑하게 번영속에서 발전하기를 염원하고자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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