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이 법과 규정에도 없는 ‘교통예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경향신문 15일자 19면 보도) 승용차로 외출할 때면 으레 측근의 통보로 경찰이 교통신호를 조작, 막힘없이 행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서울시내의 교통체증과 시민 불편은 가중되게 마련이다. 더욱이 식사나 이발 등의 사소한 개인 용무가 대부분이라니 어이가 없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이러한 특혜의 근거는 없으며 경찰의 내부규정에조차 ‘국빈행사’에 편의를 제공한다고 돼있다.
한마디로 특권의식의 발로요, 탈법이다. 법적·도덕적 수범을 보여야 할 국가원로가 봉건시대의 상왕처럼 행세한다면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국민은 존경할 전직 대통령이 없어 불행하다는 말들을 한다. 거기에는 물론 험난한 헌정사 속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복,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폄하(貶下)가 반복된 탓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집권과정의 정당성 문제나 재임중의 독재 또는 실정, 독선, 오만 등으로 민심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이 주요인이다. 퇴임 후 추종세력과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행세하려는 언동으로 눈총을 받는 일도 잦았다. 특히 생존한 전직 대통령 4명 중 전두환·노태우씨는 사법부가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판결한 12·12와 5·18사태,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으로 중형을 선고받아 옥살이까지 했다.
따지고 보면 모두 국민들에게 부채감을 가져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퇴임 후 법규정까지 외면하면서 세속적 권세에 연연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불행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불행이기도 하다. 만약 그들이 겸허한 자세로 국정의 후미진 곳, 사회의 그늘을 위해 헌신한다면 재임시의 허물과 상관없이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부디 품위와 절제는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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