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을 생산할 농지까지 불법으로 점령한 묘지로 인해 한 마을이 멍들어가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논에 들어선 묘지로 인해 마을은 공포 분위기가 되고,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마을의 거주자는 기자의 어머니여서 관할 관청인 백수읍과 영광군에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무답이다.
전남 영광군 군 소재지에서 백수읍 방향으로 7킬로미터쯤 달리면 백수읍 학산리와 천마리가
갈리는 길이 나온다.
백수읍은 원불교 성지인 ‘영산성지’가 있고,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로도 쓰인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천마리로 들어가 200미터쯤만 가면 주변 논밭에 써놓은
수많은 묘들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는 산에 써 놓은 묘도 있지만 언덕에 있는 밭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마을 입구의 정 중앙에
있는 논에 써 놓은 묘까지 볼 수 있다.
묘지는 물론이고 일체의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절대농지인데도 농지를 불법으로 전용한 것이다.
첨부파일에서 볼 수 있듯이 전남 영광군 백수읍 천마리 금자부락은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로 동남쪽에
난 길이 있다. 이길로 5000미터쯤 들어오면 금자부락이 있다. 하지만 마을이 나오기 전에 농지의
중간에 800㎡를 차지하고 쓴 묘 3기를 봐야 한다. 300평 가까운 불법묘지가 조성됐는데도
지자체는 수수방관했다.
그런데 이 묘가 들어온 후 마을 주민들이 떠나고 우리 집에도 예전이 없는 안좋은 일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결국 어머니는 마을 입구를 막아선 묘의 주인에게 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묘주에게서 온 대답은
상식 밖이었다.
“묘가 무서우면 당신 집이 이사가면 되지 않소”라고 답했다. 어머니가 이 마을을 떠나면 ‘전남 영광군
백수읍 천마리 금자부락’은 없어진다.
어머니가 이 마을의 마지막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식량을 만들기 위해 만든 농지에 묘가
들어서고 결국 이 묘가 우리 마을을 몰락시킨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기자는 관할 소재지인 백수읍의 읍장에게 농지를 불법 전용한 사례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 문구를 1월 초에 보냈다. 열흘 후 나에게 온 서류는 이 문제를 영광읍에 이관했다는
문서였다. 영광읍의 관할 부서는 사실을 확인하고, 묘주에게 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묘주는 이장 권고를 무시했다.
이후 두달의 권고기간이 끝나고 4월10일에는 관할인 영광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묘주는 여전이
농지 원상 회복 명령을 이행하고 있지 않아 영광군청은 경찰에 이를 고발했다.
하지만 광주지검의 이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기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기자가 광주지검에 문의할 결과 이 사건은 2001년 5월 30일에 공소권이 만료됐다는 것이다.
문제의 땅에 묘가 들어선 것이2001년 4월 8일이니 한달 20여일 만에 공소권이 만료되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자는 이 원인에 대해 사건을 조사한 영광경찰서 김성원 형사에게
문의했지만 자신도 사건 처리 절차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농지 전용은 시작과 종료 시점을 특정할 수 없어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농지불법 전용’은 공소시효 자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법
농지전용이 한달20여일 만에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것이다.
실제로 올 4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농지 전용은 시작과 종료 시점을
특정할 수 없어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 묘주의 집안은 경찰 간부나 원불교 교무 등으로 있어서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함에도
이런 불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정이 나온 이후 영광군청은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영광군청
친환경농정과 유대환씨는 “농지를 불법 전용한 묘주가 버티고 있어서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묘 뿐만 아니라 천마리에는 농지를 불법전용한 수십기의 묘가 있다는 것이다. 시골집 입구에
있는 작은 개울의 맞은 편에는 작은 밭이 있는데, 그 땅을 산 외지인도 그곳에 묘를 쓸 생각으로 자주
들른다며 어머니는 더 큰 근심을 한다.
필자는 영광군에 요청해서 2008년 농지불법전용의 단속 사례를 살펴봤다.
총 9회가 단속됐고, 모두 원상복구된 것으로 나온다. 이중에 농지가 묘지로 전용된 사례는 가장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도 한군데도 지적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국도에서 우리집까지 가는 800미터 남짓의 길에는 이미 10기 이상의 농지를 전용한 불법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윗 마을인 조암부락도 농지에 묘를 쓴 농지 불법 전용의 사례는 수십곳이 넘는다.
우리마을이 이 정도라면 영광군 전체로 봤을 때는 수백건은 더 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인데도
영광군은 2008년 동안에 단 한건의 단속도 없었다. 그런데도 정기호 영광군수를 비롯한 관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식량난을 위해 농지 확보나 보호는 가장 시급한 일 가운데 하나다. 또
이런 불법묘지의 조성은 농지의 감소도 문제지만 시골의 황폐화를 불러와 마을의 공동화를 일으키고 있다.
기자는 이 문제 처리에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는 정기호 영광군수의 직무유기를 고발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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