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육계 비리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생겨난다. 학생선수들은 운동이 좋아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학의 방편으로 택한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학교측은 코치·감독 월급, 합숙비, 교통비, 용품구입비 등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선수측에 전가한다. 상급학교는 잘하는 학생을 스카우트해와야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은 실력은 별로 없지만 ‘투자’가 가능한 다른 선수들을 함께 입학시키면서 일종의 기부금을 받아 스카우트비용에 충당한다. 음성적인 거래를 하다보니 비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또 실적이 있는 팀이나 선수여야 스카우트의 명분이 있기 때문에 심판을 매수해서라도 성적을 낼 필요가 생긴다. 상부에서는 학생선수들도 오전 수업을 받은 후 훈련받도록 하라지만 그대로 따르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학교체육의 실태
대학의 체육 특기생 선발제도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스카우트된 선수는 동일계열(체육관련 학과)로만 진학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또 중·고교에서도 학부모와 동문들의 출연으로 스포츠팀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이 제도를 시행한지 3년이 지난 현재 각 대학에서는 체육특기생 인원이 현저하게 줄었다. 운영비 조달창구가 막혀 종목별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일부대학에서는 그동안 운영해오던 종목별 운동부를 폐지하는가 하면 매년 열리던 대회가 참가 팀수의 절대 부족으로 무산되는 등 결국 엘리트체육이 희생양이 됐다.
이 제도 시행은 특기생들의 수요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특기생들의 대학 진학길은 더욱 좁아졌다. 특히 자율선발에 대한 서류위주의 경직된 상부 감사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즉 당장의 실적이 없지만 장래성을 보고 스카우트를 하고 싶어도 이럴 경우 상부에서 부정입학이 아닌가 색안경을 쓰고 보며 감사를 나오기 때문에 실적이 없는 선수는 아예 뽑을 생각을 않는다는 것. 따라서 학원스포츠의 성적 지상주의는 이전보다 심해졌고 일선 지도자들은 (월급을 주는)학부모의 손에 잘리지 않으려고 심판매수까지 생각하게된다.
야구의 경우 대학이 정해 놓은 특기생의 요건(전국대회 8강 혹은 4강 진출 및 수능성적 60~80점 이상 등)에 충족되는 선수를 대상으로 감독이 추천하면 대학은 전형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대개 추천만 되면 합격하게 돼 있어 감독들의 권한은 막강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감독들은 학부모 로비의 집중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또 승부 결과에만 집착하다보니 학부모와 감독이 합심해 심판 매수도 서슴지 않는다. 심판이 부는 휘슬에 승패가 달라지곤한다. 이때문에 심판을 불신하기 일쑤다. 지난해 말 프로농구에서 심판판정에 불복, 몰수패를 당하고 감독이 출전정지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선수가 학생 때부터 부모와 감독으로부터 배운, 심판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체육계 비리 유형
가장 보편적인 비리는 실력이 모자라는 선수를 특기생으로 받아주고 거액을 챙기거나 우수학생이 대학에 갈 때 실력 없는 다른 선수 2~3명을 함께 입학시키는 ‘끼워넣기’다. 실력 없는 선수의 학부모가 그 대가로 우수선수 및 고교와 대학 감독들에게 돈을 주기도 한다. 이같은 비리로 몇해전 유명 야구선수출신 대학감독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다른 구기종목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리가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프로야구 스타선수 출신의 한 대학 감독은 “브로커가 야구계의 선후배들이어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고 청탁을 거절하면 다른 대학 감독들이 나를 왕따시킨다”고 털어 놨다.
새 제도가 시행된 이후인 지난 2001년에는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에서도 비리가 적발됐다. 유명 핸드볼인인 J씨는 후배인 고교체육교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에 특례입학을 시키려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과거 골프, 승마, 조정 등 개인종목은 특정 선수의 입상기회 부여를 위해 없던 대회를 만들거나 규정에도 없는 단체전 성적을 포함시키는 사례도 있다.
학부모가 봉인가
초·중·고 스포츠 지도자들은 파리목숨이다. 임기가 보장된 경우는 거의 없고, 사실상 학부모가 봉급을 주고있는데 생활급이 못된다. 야구의 경우 연봉 2000만원 미만이다. 그러니 자연히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아야한다. 잘나가는 팀의 경우 반대로 학부모들이 지도자의 눈치를 본다. 주전으로 뛰어야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의 학부모는 감독, 코치를 잘 모셔야 잠깐이라도 뛸 수 있다. 실력이 없으면 돈으로라도 때워야한다. 물론 자녀의 기량이 월등히 좋은 경우는 정반대의 대접을 받곤 한다.
고교 감독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기량이 좋은 신입생을 입학시켜야 한다. 스카우트를 잘 해야 하는데, 이때도 돈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에 스카우트를 위해 따로 책정한 예산은 없다.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운영비는 물론 감독 월급, 그리고 스카우트비용까지 다 나오는 것이다. 잘 나가는 팀의 감독은 학부모들에겐 신 같은 존재가 된다. 그래서 많은 지원을 받는다. 좋은 대학,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검은 돈이 오고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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