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어제 들어온 제보 > 음주사고로 면직된 청와대 행정관이 통일부 국장으로 컴백

음주운전 사고로 면직된 전 청와대 행정관이 넉 달 만에 정부부처 국장급으로의 임용을 앞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반면 외교통상부 김숙 북미국장은 지난해 12월 음주운전 경력 때문에 안보정책 비서관 임용에 탈락한 뒤 신설된 비선호 직책을 맡아 근무 중이다. 노무현 정부의 인사 기준이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동권 출신의 전 민화협 간부=통일부는 최근 사회문화교류본부 협력기획관에 전 청와대 안보정책수석실 김창수 행정관(3급)을 임용키로 결정했다. 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1일 면접을 한 뒤 김씨가 최적임자라고 판단해 1순위로 중앙인사위에 올린 것이다. 김씨는 중앙인사위의 역량 테스트를 거쳐 9월 초 공식 임용될 예정이다. 협력기획관 자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개방직으로 지정돼 민간에도 기회가 주어졌다. 운동권 출신인 김씨는 북한과의 민간교류 사업을 벌여 온 통일운동단체 민화협의 정책실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2월부터 청와대 안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해 왔다.

문제는 김씨의 음주운전이다. 김씨는 청와대 행정관 재직 시인 4월 15일 새벽 음주운전으로 택시를 들이받아 사람을 다치게 하는 등 물의를 빚어 이틀 뒤인 17일 면직됐다.

◆흔들리는 인사 기준=외교통상부의 김숙 북미국장은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조정실장(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임용 직전 탈락했다. 십수 년 전과 지난해 두 차례의 단순 음주운전 경력 때문이었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는 올해 2월 북미국장직을 그만둔 뒤 3개월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수를 받았고 7월부터 신설된 '한.미 관계 비전 홍보대사'로 근무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직 외교관 중 유일한 홍보대사인 김 전 국장은 특별한 권한은 없으며 한.미 관계 비전과 관련된 세미나와 토론에 참석한 뒤 그 결과를 북미국에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 케이스와 대조된다. 비슷한 시기에 폭행 혐의로 입건되는 바람에 김씨와 함께 면직된 청와대 홍보수석실 장현철 전 행정관(4급)은 최근 논란이 된 게임물등급위 실무준비단에서 총괄기획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우린 들러리냐"=통일부에서는 "두 주 전부터 386 운동권 출신인 김 행정관이 올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정권의 구미에 맞는 코드인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의 다른 개방직 임용처럼 당연히 내부 출신이 신청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빠져 있어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종석 장관이 NSC 사무차장으로 있을 때 청와대에 함께 근무했던 점을 들어 이 장관이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게 아니면 임용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민간 심사위원까지 참여해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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