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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과학조교의 나라, 교육부는 무엇하나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님께 보내는 편지

박정선영 기자 [email protected]

▲ 과학 조교 임용권자는 학교장
학교장 말 한마디에 과학 조교의 파리목숨이 달려있다.
ⓒ2001 박정선영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마이뉴스 기자회원 박정 선영이라고 합니다.

요즘 한완상 장관님을 둘러싼 ‘색깔론’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한총련 대의원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이념 검증을 요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종찬 전국장원장도 한몫 거들고 나섰더군요.장관님 표현을 빌자면 이 “매카시즘적 공략”이 언제 즈음 미친 춤사위를 거둘지 걱정입니다. 수구기득권세력과 수구언론의 어떠한 이념적 외풍이 몰아쳐도 신념을 잃지 마시고 장관님 말대로 ‘인권, 창의성, 민주의 색깔’을 갖고 공직업무를 수행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한완상 장관님
제가 오늘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지겨운 ‘색깔론’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과학 실험 보조원(이하 과학 조교)’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과학 조교’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초등학교 과학실에 근무하는 일용 계약직 직원입니다.

오늘 임시 국회 상임위원회에 참석하시죠? 교육위원회 소속 임종석 의원이 ‘과학 조교 처우개선’에 관한 질의를 한다고 하니 오늘 ‘과학 조교’에 대해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임종석 의원 측은 지난 1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학 조교의 신분불안이 과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공정한 채용, 정당한 대우, 단계별 연수를 통해 능력 있는 과학 조교를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 의원의 질의나 교육부에서 준비한 답변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 조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십시오. (사)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이사장 성유보) 산하 인터넷분과에 공개제보된 내용을 취재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모른다?

먼저 대법원 제 1 부 1992.4.14판결 91다45653을 보겠습니다. 이 판결표시는 과학 조교가 방학 기간 근무하지 않고 보수도 일당직으로 지급 받았다 하더라도 이들이 제공한 근무의 계속성과 종속성 및 근로형태에 비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충남의 한 과학 조교가 보내준 월급 수령표(1999.1~2001.5)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표는 2001년 2월까지 주차,월차,연차,생리 휴가는 물론 산전 후 휴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래도 이 과학 조교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3월 이후부터는 주차,월차를 받고 계시니까요.충남지역 또 다른 과학 조교는 유급 휴가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이십년 가까이 근무하고 계십니다.월급명세서를 받아 본적도 없다고 합니다.

교육부 장관님, 현재 교육부에서 과학 조교와 관련해 근로 기준법 제 57조 (월차 유급휴가), 제 59조 (연차 유급 휴가),제 71조 (생리 휴가),제 72조 (산전 후 휴가)등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퇴직금 한번 받기 너무 힘들대예”

부산에 살고 있는 이 진숙 씨(주부,32세)는 6년 6개월 동안의 과학 조교 생활을 접고98년 3월 8일 퇴직했습니다.고용이 불안한 일용직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학교측은 이 씨가 퇴직한 후 한달이 지나도록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청에 진정서를 신청했다 아입니꺼. 주차, 월차도 지 마음대로 주고 유급 출산휴가도 못 받고 근무했는데 퇴직금도 안주니까 화가 나서 말입니더. 그러니까 학교에서 퇴직금이라고 436만 3550원을 통장에 넣어주대예.”

근로 기준법 제 34조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라 하더라도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로기간의 단절 없이 근로하고 퇴직한 경우 퇴직금을 지불 해야 합니다. 사업주가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가 해당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노동청은 양당사자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힙니다.이후 피진정인에게 시행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리 합니다.

“노동청에다가 주차,월차,생휴, 산휴까지 못 받고 근무했다고 하니깐 다시 진정서를 내라고 하대예. 노동청에서 학교에 자료를 요청해서 근로기준법에 딱 맞춰서 계산해 줬다 아입니꺼. 6월 20일날 서무과에서 250만원을 통장에 넣어 줬어예.원래는 289만원인데 39만원은 더 안받고 참았심더. 그거 받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예. 퇴직금 한번 받기 너무 힘들대예.”

급여없는 방학, 방학이 과학 조교 탓입니까?

<과학 조교 인건비 지급 자료>를 보면 과학 조교의 근무 기간은 289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289일이란 연간 수업일 (220일 이상),주휴일(연간 52일),월차(연간 12일),연차 휴가(연간 10일)와 그 외 소곡 기관장이 승인 해 줄 수 있는 유급 휴가를 포함한 기간입니다.방학 기간은 제외입니다.

근로 기준법 제 45조(휴업 수당)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휴업기간 중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평균 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불 해야 합니다.

대다수의 과학 조교들은 ‘방학이 학교의 귀책 사유가 아니냐’고 입을 모읍니다.

1995년 경남 창원시 과학 조교 206명은 처우 개선에 관한 진정서를 창원 지방 노동 사무소에 제출했습니다. 피진정인은 경상남도 교육청입니다. 이 진정서에서 과학조교들은 근로 기준법 제 45조에 의거해 휴업수당을 청구했고 경남 교육청은 이를 수용했습니다.현재 창원 지역 과학 조교 근무 일수는 365일입니다.

일년에 1.5L PET병 87,783개 분량의 폐수를 배출하는 초등학교

각 고등학교에서는 <과학실 실험 실습 후 폐수배출 및 처리현황>이라는 양식을 작성합니다. 반면,초.중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수질환경보전시행규칙 제 5조 별표 3’에 의거 이 양식을 쓰지 않습니다. 중금속 이온의 실험 시에는 폐수 처리에 철저를 기하라고만 나와 있습니다. 별다른 지시사항이 없습니다. 실험에 사용하는 염산,페놀,암모니아,아세톤, 황산구리,수산화나트륨,식용유 등을 다 어떻게 합니까?

2년째 폐수를 모으고 있는 과학 조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모은 폐수는 18L 짜리 두통 정도 입니다.과학실에 오는 사람마다 냄새가 역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모았어요..96년도에 폐수처리기가 내려왔었어요.5번 정도 쓰니까 망가지대요.A/S 부르려고 전화를 하니깐 회사가 망한 거에요. 폐수처리기는 그냥 애물 단지죠.”

36L의 폐수를 고약한 친구 삼아 근무하는 9년차 과학 조교는 직무연수 실시를 요구합니다. 폐수를 어떻게 희석 처리해야 환경을 오염 시키지 않는지 가르쳐 달라는 말입니다. 교육부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에 5267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54학급인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년간25L 정도의 폐수를 배출한답니다. 이를 임의 기준 삼아 계산하면 총 131,675L입니다. 일년에 1.5L PET병 87,783개 분량을 배출하는 셈입니다.

교사 연수는 도움이 안 된다. 과학 조교에게 전문적인 연수를…

직무연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수 이야기를 좀더 하겠습니다. 근무지역에 따라서 직무연수를 실시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습니다.

비교적 모범 사례인 부산지역을 예로 들겠습니다.부산시에서는1년에 80명씩 10일간의 연수를 실시합니다.남부 교육청과 동래 교육청에서 1년에 두 세시간 정도 자체 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동부 교육청은 연수를 실시 하지 않습니다.1년에 두시간이면 구색 맞추기 용 연수라고 봐도 무방 할 듯 합니다.

전교조 부산지부 정책국장 오종열(교사.35세) 씨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5년마다 실시하는 연수가 매년 비슷하고 과학 실험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과학 교사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교사 연수에 예산을 허비하느니 과학조교의 신분보장,직무연수,임금인상 등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오 교사는 초등학교의 경우 10과목 이상 가르쳐야 하고 잡무도 많기 때문에 사전 실험이나 실험 기구,약품점검,관리 등의 업무를 교사가 담당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토로합니다.그는 과학 교육에서 과학조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며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재계약 되기 위해 ‘빽’ 쓰고 돈 쓰는 경우도

<과학 실험 보조원 복무 관리 및 인건비 지급 자료> 에 따르면 과학 조교의 임용권자는 12 학급 (지역에 따라 학급 수 다름) 이상의 학교장입니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코메디 3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과학 조교 8년차인 J씨는 명절 때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 10만원~20만원을 꼬박꼬박 드리고 있습니다.벌써 5년째입니다.

“저희 집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처음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께 80 Kg쌀 한 가마니씩 드렸어요. 그걸 안 하면 일이 힘들어져요.심지어 인사도 안받아요. 요즘은 명절마다 쌀 대신 돈을 드려요.그러면 바로 재계약 하라고 전화가 와요.”

2년 전 과학 조교 10년차 L씨는 교장실에 불려갔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이유는 나이가 너무 많고 오래 되서 갈아 치워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그 자리에서는 눈물만 났습니다.그래도 저는 학교에 계속 출근했습니다. 그러니까 교장선생님이 과학실 열쇠까지 뺏으며 나오지 말라는 겁니다.’

L씨는 노동청과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이는 명백한 부당해고이며 퇴사할 필요가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장학사가 학교로 전화를 해도 소용 없었어요. 제가 교장 선생님을 부당해고로 고발한다고 해도 안 통했구요.마침 제가 아는 분이 교장 선생님과 친한 사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그분에게 부탁해서 제가 그분 사촌 동생이니 한번만 봐 달라고 그랬습니다. ”

L씨는 당장 재임용되었고 그 달 월급에서 50만원을 교장 선생님께 건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과학 조교 5년차 K씨는 작년 12월 학교로부터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실험보다는 인터넷에 능한 과학조교가 필요하다는 것이 해고 이유였습니다. K씨가 이를 거부하자 학교장은 부모님을 모시고 학교에 한번 오라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주위의 과학 조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그제서야 교장은 게시판에 올린 글을 삭제하면 재임용 하겠다는 조건을 내밀었습니다.글은 바로 삭제되었고 동시에 K씨는 재임용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 비정규노동센터 이혜수 상담부장은 학교장의 공공연한 금품수수와 과학 조교들에 대한 부당 해고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학교장에게 있는 과학 조교 임용권을 해당 시,도 교육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교육부장 딸을 컴퓨터 교사로 만들기 위해 과학조교 이용

과학 조교 문제를 취재 하던 중 부산 용당 초등학교 학부모 한 분이 임용관련 제보를 해왔습니다. 2001년 5월 7일부터 과학실 선생님이 바뀌었는데 교무부장의 딸이라는 소문이 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확인 취재한 결과 제보 내용은 사실이었습니다.

‘교무부장 딸 컴퓨터 교사 만들기 작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1.용당 초등학교 교무부장의 딸 박아무개씨를 특기 적성 컴퓨터 교사로 내정.
2.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하나도 없는 박씨에게 자격증을 따도록3개월의 여유를 줌.
3.대신 박씨에게 3개월동안 과학 조교 일을 시킴.
4.컴퓨터 자격증이 있는 이전 과학 조교에게 3개월동안 컴퓨터 수업을 시킴.
5.서류상 과학조교로 되어 있는 이아무개씨가 월급을 받아 박씨에게 전달

한 장관님. 부산 용당 초등학교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웃지도 못할 일입니다. 5월 7일부터 8월말까지 예정된 이 작전을 최고 책임자인 학교장이 모르고 있을 수 있을까요? 만약 모르고 있다면 그는 책임자 자격이 없는 교장일 겁니다. 내용이 의심스러우시면 제가 확인한 자료를 언제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과학조교 문제는 그 도를 넘어서 심각한 교육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전국의 과학 조교들은 다음과 같은 민원을 각 시도 교육청에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첫째,과학 조교들은 학생들의 전문화된 과학 수업을 위해 교육청에서 과학 실험 연수를 실시할 것을 요청합니다.

둘째,20년간 지속되어 온 일용 계약직에서 벗어나 기능직으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습니다.초등학생들이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을 받을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좀더 책임감 있고 능력있는 전문인이 과학실에 필요합니다.기능직으로 전환해서 고용을 보장해야만 가능합니다.

셋째,현재 과학 조교의 임용과 해임에 관한 재량권은 학교장에게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과학 조교들은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채용과 임용,능력 평가와 과학 실험 연수를 실시해서 각 학교로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교육부 실태조사 벌이고 개선책 내 놓아야

한완상 장관님.
과학 조교문제는 벌써 20년째 계속 되어왔습니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도 과학 조교의 처우개선을 바라며 서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학조교들의 요구에 교육부가 답변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교육행정의 최고기관인 교육부가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일이 아니라 책임성을 갖고 실태파악에 나서 하루 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 월급 수령표
근로 기준법에 명시된 주차,월차,년차,생휴,산전후 휴가를 보장하라
ⓒ2001 박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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