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연안 여객선을 타고 휴가를 다녀오다 기막힌 경험을 했다. 인천과 서해안의 한 섬을 오가는 차도선, 일명 카페리 선박이었다. 여객선은 자유로웠다. 승객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선내에 누워 잠을 청했다. 문제는 차들도 자유를 누린다는 점이었다.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카페리 선박의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기준 제7장 제20조'에 따르면 카페리에 싣는 1.5t 이상 화물차들은 '라싱 밴드'라는 전용 줄로 갑판에 묶어서 고정시켜야 한다. 그보다 가벼운 차량은 나무토막 등으로 차량 바퀴 밑을 괴어야 한다. 차들이 한쪽으로 쏠려 배가 중심을 잃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날 전체 적재 차량 41대 중 해수부 안전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진 차량은 단 15대에 불과했다. 라싱 밴드로 고박해야 하는 화물차 9대 중 네 바퀴를 다 갑판에 제대로 묶은 차는 단 4대였다.

나무토막으로라도 못 움직이게 해야 할 승용차량 32대도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체 승용차 32대 중 11대만 네 바퀴를 제대로 고였을 뿐 나머지 21대는 아예 고임목을 대지 않거나 한두 바퀴에만 고임목을 대놨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선내의 차량 운전자 안내문에는 차를 배에 실은 뒤 '엔진 스위치를 끄고 반드시 제동시켜 둘 것'이라고 적혀 있다. 운항 중에는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세월호 참사 때 문제가 됐던 복원력 저하를 막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배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안전 규정대로 차량을 완전히 고박한 뒤 출항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항구를 떠나 바다를 항해하는 도중에 차량을 이동시키고 고박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당국의 감시가 느슨한 중간 기항지 인근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배가 이렇게 안전 규정을 무시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련법에 처벌 규정이 전혀 없어서다. 해양경찰서 홍보계장은 "과거엔 운항관리자가 안전 규정을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었다. 그러나 2012년 해운법 개정 과정에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고 했다. 필자가 타본 여객선뿐 아니라 다른 여객선도 처벌 규정이 없어 안전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이야기다.

승객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안전 규정을 위반한 운항관리자에게 고작 과태료 300만원에 그치도록 한 과거의 해운법도 놀랍지만, 이 규정마저 없애버린 데 대해서는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우리가 이러고도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강로사 - 서울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