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체납자 에대한 구제방법은 없는가?
사람들 대부분은 가구나 개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에 가입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사실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저렴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기에, 대부분 꼭 필요한 사회보험제도·기본적인 의료안전망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지역가입자 712만 세대 중 28%인 200만 세대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다. 이들은 왜 기본적인 의료안전망이 되어주는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게 되고, 장기체납으로 인해 급여정지조치를 당해 신용에 불이익을 당할 뿐 아니라, 병원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사례①] 부천시에 거주하는 유씨는 현재 건강보험료를 250만 원정도 체납했다. 그는 무직이며 소득 또한 없다. 유씨는 질병을 가지고 있지만 체납으로 인해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유씨는 질병으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으로 정기적 소득이 없어, 처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의료보험비 체납으로 혜택이 없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사례②] 대전시에 거주하는 최씨는 노점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료를 46만 원 정도 체납하고 있다. 최씨는 "과도한 부채로 파산된 지 얼마 안 됐고 다른 부채로 인하여 도시가스, 전기세 등등 기본적인 것도 내기 힘든 상황이라 날마다 독촉장 속에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최씨 어머니는 장애 1급이고 최씨 또한 장애인이라서 병원에 자주가야 되는데 체납으로 인한 병원비가 환수될까봐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자 보험 체납, 도덕적해이라 볼 수 없다 위 사례들은 지난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결손처분 집단민원신청'을 한 158명의 장기체납자들의 민원 내용에서 발췌한 것이다. 국가는 이들에게 쉽게 '도덕적 해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그러고는 과도한 체납의 독촉과 압류, 통장정지 등을 통해 체납액을 받는 채권자로서의 완고한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체납자 200만명 중 95%는 연 소득 1000만 원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소득계층인데, 이들의 체납 상황을 '도덕적 해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이 장기체납에 이르게 된 이유는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집단민원내용을 보면, 체납자들은 소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적어
▲ 주거비
▲ 자녀양육비
▲ 식비 비롯한 생활비
▲ 채무 등을 해결하고 나면,
사실상 저축할 돈조차 없는 형편이다. 또 무직인 경우가 많으며, 설사 일자리가 있더라도 저임금·단기간의 정부 일자리사업（희망근로, 자활）에 참여하거나 （건설）일용직, 노점상과 같은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들은 그들의 삶 전반을 빈곤의 그림자로 짙게 덮어버리며 자신의 건강권에 대한 포기 아닌 포기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례③] 대구시 수성구에 거주하는 손씨는 건강보험료 체납이 570만 원에 이른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체납이 시작됐다. 하지만 손씨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졌음에도 보험료는 조정되지 않았다. 손씨는 보험료 체납으로 통장이 가압류 되어 아이들 급식비까지 내지 못하게 된 뒤에서야 건강보험공단과 상담하여 보험료를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손씨는 분할 납부를 포기하였다고 얘기한다. "분할하여도 30만 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 하기는 도저히 힘들어 지금까지 계속 체납해 오고 있습니다." 돈 없으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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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각지대건강권보장연대
가난한 이들에게 빚 10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가구에서의 빚은 '이자'만 늘리는 천덕꾸러기다. 민원신청을 한 건강보험료 체납자들 중 체납액이 100만 원이 넘는 경우, 전형적인 빈곤계층이 많았다. 체납자들은 한결같이 "감당 할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힘들어 지금까지 계속 체납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소연 한다.
이는 한 개인의 건강권이 파산지경에 이르렀음을 얘기하는 것이다. 일명 '건강권 파산'에 이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국가는 외면해선 안 된다. 건강보험료를 장기체납하게 되면, '건강권의 파산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불이익이 따라온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건강보험의 급여중지 조치다. 이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을 하게 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설사 체납자가 병원을 이용할 수 있었더라도, 추후 건강보험공단 조사에서 부정수급이 밝혀지면,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받은 치료비 일체를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장기 체납자들은 몸이 아파도 참는다. 이는 제때 치료만 받았어도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을 수술해도 못 고칠 병으로 발전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빈곤층은 돈 때문에 스스로 병원 이용을 자제하고 있지만, 비싼 병원비는 이들의 접근권마저 박탈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은 빈곤층의 병원이용을 가로막아 빈곤층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장기체납자들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악덕 채권자나 다름없다. 보험공단은 체납의 사유, 현재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체납액 해결만을 독촉한다. 체납자가 체납액을 갚지 못할 것 같으면 가족 중에 소득과 재산이 있는 사람의 재산을 가압류하기도 하고 통장거래를 중지시키기도 한다. 통장거래 중지는 체납자의 취업을 어렵게 만들고 사회생활 자체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저소득자 '건강권 파산선언', 구경만 하는 정부 그리고 앞서 장기 체납자의 사례에서도 보여주듯이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다"는 장기체납자들의 건강권 파산선언에 대해 정부는 귀를 막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체납자의 빈곤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또 건강보험 체납액은 결손처분 되지 않는 한 끝까지 빚이 되어 따라 다니기 때문에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어 파산 신청을 하더라도 변제되지 않는다. 이처럼 빈곤층의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은 빈곤탈출과 자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빈곤층의 빈곤탈출과 복지의 차원에서라도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에 대한 결손처분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체납결손처분 제도는 있지만 거의 홍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는 보험공단의 재정 여력에 따라 작위적으로 적용될 뿐 체납자 회생의 통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1조 3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2008년에는 39%에 이르는 체납세대에 대한 결손처분이 있었지만, 적자를 낸 작년의 경우 고작 2%（4만7000건）에만 결손처분을 했다.
정부는 한국사회와 개인들, 그리고 빈곤 계층의 현실을 고려하여 결손처분 기준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 실질적인 빈곤층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결손처분을 즉각 확대 실시해야 한다. 특히 전형적인 빈곤계층인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미약한 계층, 무직이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졌거나 장기체납과 과도한 체납액을 가지고 있는 경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복지급여자인 경우에는 체납에 대한 결손처분을 즉각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6개월 이상 장기체납자에 대한 '급여정지'및 통장거래 중지 등의 제재는 돈 없으면 아파도 참으라'는 식으로 빈곤층의 병원이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장기체납자에 대한 급여정지 및 차별을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이 체납될 수밖에 없는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 이들을 의료급여 수급자로의 자격 전환도 필요하다. '의료사각지대건강권보장연대'는 장기체납자 158명의 집단민원을 지난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였다. 다가오는 6월에도 빈곤층 건강보험 장기체납자 결손처분을 위한 제 2차 집단민원 신청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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