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들춰내면 다친다 "검사괴담"

"살인사건 들춰내지 마, 다쳐."　최근 검찰에서는 미궁의 살인사건을 들춰내 재조사를 하면 다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고 있다.

이는 검찰 사상 최초로 구속된 두 검사 모두 "살인의 추억"을 현실로 이끌어내다 옷을 벗었기 때문이다.

　"몰카 사건"으로 구속된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37)와 지난해 11월 구속된 홍모검사(38). 두 검사는 성경책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 구속된 사람처럼,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결국 구속되는 아픔을 맛보았다.

　2년 전 청주지검에 부임한 특수통 수사 출신 김검사는 지난 1월부터 청주 J볼링장 대출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989년 발생한 배모씨 살인사건에 K나이트클럽 소유주인 이원호씨가 개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해 왔다.

　김검사는 K나이트클럽의 조세 포탈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사건의 수사지휘까지 맡아 이씨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검사는 이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씨와 사업경쟁관계나 갈등이 있는 인물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몰카를 통해 물증을 확보하려다 결국 명예훼손과 뇌물수수죄로 구속됐다.

　또 지난해 11월 현직검사 중 최초로 구속됐던 홍모검사(38)는 지난 98·99년 두건의 살인사건을 들춰내 수사를 벌이다가 옷을 벗어야만 했다.

홍검사는 당시 살인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기도 파주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폭력조직 S파의 조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1명을 검찰 특조실에서 무리하게 조사를 하다가 한 조직원이 숨지면서 결국 구속됐다.

　서울지검의 한 인사는 "검사들 사이에 살인사건을 재조사하지 말자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고 있다"면서 "검사 2명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구속되자 그같은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검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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