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현역 군복무를 마친 사람임을 밝힌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또는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산점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도 언급한다. 그게 100점이 된다해도 가산점 나부랭이로는
나의 어마어마한 희생에 대한 보상이 되지 못하고, 무엇보다 그것은 민주주의 기회 균등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작은 기회균등원리 유린의 문제는 그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기회균등의 원
리가 철저하게 어겨짐에서 기원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정부를 고발했다.
고발문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50년간 자유민주주의이념에 정반대로 역행하는 남녀차별을 저질러왔다. 대한
민국의 모든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한다는 내용 말이다. 여자는 왜 군복무의 의무에서 제외되는가?
군대라는 곳은 남자와 생물학적으로 다른 여자라는 인간이 있어서는 안되는 곳이라도 된다는 말인
가?
만일 군대라는 곳이 '정자를 생산할 수 있는 인간만이 있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그 차별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그 점에서 남자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외에 정당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남녀의 어떠한 차이점으로 인해 한쪽은 2년 2개월의 시간과 지적 포텐셜과 젊음을 바쳐가며 '신성
한'이라는 실제로 아무것도 담보해주지 않는 수식어 하나에 희생해야 하는 반면에 다른 쪽은 완벽
하게 면죄부를 부여받는다는 말인가?
여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남자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지 않느냐'라는 대답을 듣곤 한다. 헌법
에 '대한민국 여자는 아이를 낳을 의무가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는가? 그런 비논리적인 이유는 '여
자는 왜 정자를 생산 못하는가?'라는, 똑같이 말같지 않은 반문 하나에 나가떨어진다. 그것은 하느
님에게 가서 따질 일이다.
신체적으로 불리하여 총 들고 싸우는 현역 군복무가 아니라면 공익근무 등과 같은 형태의 광의로서
의 국방의 의무를 다 할 수 있다. 이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곳,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정부가 남성들을 거의 무임금으로 의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여 엄청난 경제적 이득
을 보고있듯이 여성의 인력도 그러한 곳에 쓸 수 있다는 것은 모르는가?
오늘날과 같이 날로 첨단화, 두뇌화 되어 가는 군대는 더 이상 팔다리의 힘이 중요시되는 구석기
적 군대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가? 미국을 보라. 그 최강의 군대는 돈과 기술에 의해 구현된 것이
지 군인들의 체력이 세계최강이기 때문도 아니며 군복무에 있어 남녀 차별을 했기 때문도 아니다.
남성들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그 여성들의 지적 능력을 왜 썩히고 있는가? 아니, 모든 것을 떠
나서 남녀차별을 그렇게 해서 되겠는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마라. 나 또한 국민이고, 대한민국의 반이 남자이다. 물론 그
들 중에는 아직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이 덜되거나 위선적이어서, 작금의 비논리적이고 비민주적이
고 전체주의적이며 파쇼적인 대한민국의 징집제도와 그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과 정서가 별 문제없
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임을 안다. 그렇다고 국가가 비논리적인 우민정치를 펴서는 되
겠는가?
진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면 정부는 올바른 자유주의와 평등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데 정성
을 다해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고발한다. 대한민국 정부의 지난 50년간의 대한민국 남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착취행
위와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고 있는 이 징병제도를. 민주주의가 채 무엇인지도 모르던 지난 50
년 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져 온 남자만의 병역의
무를 나는 고발한다. 정신대할머니들에게도 전후 반세기 이상이 지났지만 보상과 사죄는 꼭 필요하
듯이, 대한민국 남성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하고, 아직까지 계속되고있는 병역에 대한 이
완벽한 차별은 당장 고쳐져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남녀를 똑같은 인간으로 볼 뿐이다. 평등한 인간. 국방의 의무는 국민 누구에게나
똑같이 있는 것이고, 그 복무 방식만이 남녀의 생리적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은 남녀평등이자 남녀경쟁시대입니다. 여권이 많이 신장되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남성에게만 일방적으로 병역의무를 부과하는건 너무나도 불합리한 성차별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성별에 의해 의무를 하고 안하고를 결정짓는 구시대적이고 터무니없는 방식의 법조
항은 하루라도 빨리 뜯어 고쳐서 진정한 평등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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